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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尹대통령, 수용 입장 내비치며 ‘물꼬’… 野서 ‘통 큰 양보’ [여야 ‘이태원특별법’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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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삭제 배경·내용은

尹, 영수회담서 “법리적 문제” 지적

野, 영장청구 의뢰 권한 삭제 동의

“‘여야 합의 처리’ 우선 원칙에 무게”

특조위 9명 구성… 위원장 ‘민주 몫’

유가족 “환영… 특조위 조속 출범을”

전세사기법 등 쟁점법안은 평행선

野, 본회의 강행 속 與는 “합의 못해”

여야가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이태원참사특별법에 극적으로 합의까지 이를 수 있었던 데는 윤석열 대통령이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는 뜻을 밝힌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법안 내 일부 ‘법리적 문제’만 해소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여야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강대강 대치 상황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21대 국회가 끝날 경우 쏟아질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세계일보

여야 모처럼 한뜻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일부 수정해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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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물꼬 트고 민주당이 통 큰 양보”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태원참사법 합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고 그게 물꼬가 돼서 여야 간 협상을 다시 한 번 시도했다”며 “그 과정에서 사실 내용에 있어서는 민주당에서 통 큰 양보를 해주셨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 사안에 대해 합의할 때 우리 원내지도부 뜻뿐 아니라 용산과도 충분히 숙의하고 토의하고 검토를 거쳤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당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그리고 피해자·유족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이 부분을 조금 해소하고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법리적 문제’라 지적한 건, 특조위가 ‘영장청구권’을 갖는 게 헌법이 정한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에 배치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서 특조위가 부여한 건 영장청구권이 아니라 영장청구 ‘의뢰’ 권한이다.

이날 공개된 합의안에선 이 특조위의 영장청구 의뢰 권한을 아예 빼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권한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윤 대통령 인식에 동의하진 않지만 ‘여야 합의 처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관련 조항 삭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여야) 합의 처리가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라는 생각 갖고 있다. 합의가 안 된 기구는 실질적 조사활동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은 역사적 경험과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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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일부 수정해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1일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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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등 여전히 평행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이태원참사법에 극적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전세사기특별법 등 다른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들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2일 본회의 개최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수석은 이와 관련해 “내일(2일) 이견이 있거나 합의되지 않은 법을 올릴 경우 본회의를 원만하게 개최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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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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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은 본회의를 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 측과 합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직접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어느 정도 긍정적 답변을 받았단 설명이다. 박 수석은 “(2일) 본회의를 여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가 됐다”며 “본회의를 열 때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방법을 찾아서 이태원특별법 합의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까지 얘기가 됐다”고 전했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이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방사능폐기물법)의 본회의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방사능폐기물법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의 설치 근거를 담고 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보관할 곳이 없어 내부 임시저장시설에 쌓아두고 있는데 2030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방사성폐기물법 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제 법안 처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박 수석은 이에 대해 “방사능폐기물법은 아직 논의가 안 됐다”며 “(이태원참사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 관련해선 이견을 좁히는 작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 수석은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되면 본회의에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폐기물법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에서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김승환·박지원·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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