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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인적사항 지우고 서류 파쇄하고…선관위, 감사 조직적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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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재 핑계로 자료 제출 미뤄…일부는 끝내 미제출

'증거 인멸·말 맞추기'에 시급히 검찰에 수사요청

뉴스1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3.9.2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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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원 자녀 특혜채용 문제를 숨기기 위해 자료 제출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직원 정보를 누락하며 방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7~11월 진행된 감사에서 처음부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감사원 감사관이 특혜채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서 채용 관련자 자료를 요구했으나 선관위는 검은색 펜으로 인적 사항을 지운 복사본 서류를 제출했다.

또 선관위 측은 자료 요구에 윗선 결재를 이유로 시간을 일주일 이상 끌거나 컴퓨터 포렌식을 거부하며 최종 협의까지 3주 가까이 감사가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관들이 계속 설득해서 현장에서 자료를 하나씩 받았다"고 했다.

선관위가 채용 관련 자료는 결국 대부분 제출했으나 조직 운영상 문제를 밝혀내기 위한 3급 이상 고위직에 관한 자료는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자녀 특혜채용 문제 외에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와 방만한 인사운영, 편법적 조직운영 사례를 찾아냈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이번처럼 피감기관이 감사를 방해하는 경우는 없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선관위 자체 감사에서도 계획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장관급) 딸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남선관위 관련자들은 수사에 대비해 증거 인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선관위 과장은 2023년 6월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 수사가 의뢰되자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정리된 면접시험 관련 파일을 변조하도록 하급자인 인사담당자에게 종용했다.

해당 과장은 박 전 총장 자녀가 응시한 2021년 경력경쟁채용(경채) 당시 내부 면접위원이었다.

서울선관위에서도 특혜채용 관련자들은 지난해 5월 자체 실시된 특별감사에서 수사의뢰되자 면접시험에 제공된 서류가 포함된 서류함을 '갈아 버리라'고 지시해 직원 자녀채용 수사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시급하게 대검찰청에 수사요청을 한 것도 선관위 내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추는 식으로 피해 가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직원 사이에서조차 조직을 '가족회사'라 칭하는 대화가 오갈 정도로 특혜채용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9일 중앙 및 8개 시도 선관위 총 27명을 자녀 특혜채용 혐의로 대검에 수사요청했으며, 22명은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수사요청 대상자에는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차관급)이 포함됐다. 박 전 총장은 수사 참고자료가 넘어갔다.

특혜채용 혐의를 받는 고위직 대부분은 감사원 감사에서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자녀 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고 직원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알아서 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감사원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2013년 이후 실시된 지역선관위 경채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매 채용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위반 건수만 지역선관위 800여 건, 중앙선관위 400여 건 등 총 1200여 건이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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