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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일사일언] 가족은 진부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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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개봉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최근 다시 봤다. 2013년에 개봉했으니 10년이 넘었다. 영화는 6세 아이를 키우는 료타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료타와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았던 병원에서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 다른 부부의 아이와 바뀌었다는 것. 그 사건을 계기로 료타는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법을 알아간다.

영화는 단순히 아빠와 아들,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넘어 ‘가족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30여 년 전 ‘핵가족’이라는 말을 교과서로 배우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핵개인’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혈연으로만 연결되던 가족의 정의는 무너진 지 오래인 듯하다. 2022년 설문 조사에서 ‘부모를 부양하는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다. 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다. 핏줄의 유대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공동체 속에서도 개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갖기 힘들다.

이런 시대에 가족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 가족에 대한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혼자’로서도 살아가기 버거운 현실 속에서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따지자면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키우는 것, 작은 배려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렇게 해서 가족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벌써 5월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표현이 다시 진부해지는 시대가 오도록 열심히 사랑하고 부지런히 베풀며 각자의 가족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시대에 따라 형태나 구성이 달라질지언정 가족이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공동체이니까 말이다.

[권희진 2024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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