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properly) 대우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며 “그들(한국)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이번 발언은 ‘주한미군 철수 여부’를 묻는 타임지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나왔다고 한다. 전체 문맥을 보면 트럼프가 직접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트럼프가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타임지가 보고 싶은 대로 본 것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실제 관심사는 방위비 압박, 그에 따른 정치적 이득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로선 예삿일이 아니다. 1기 때의 ‘트럼프 리스크’를 고스란히 다시 떠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는 점부터 그렇다.

트럼프는 1기 시절 2019년의 제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의 당시 연간 분담금(1조389억 원)의 6배를 웃도는 6조9000억 원 규모의 증액 부담을 요구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이번 문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트럼프가 전혀 바뀌지 않은 채로 재등판할 공산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과거 분담금 협상을 소환하면서 “나는 한국에 돈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다. 그런데 내가 이임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적어도 동북아 지정학, 한반도 정세에 관한 한 1기보다 나아진 점이 없다는 점이다. ‘가치 동맹’만 믿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왜 지켜주나”라는 안보관의 과녁은 한반도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에 대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앞서 2월 국내총생산(GDP) 2%를 국방비에 할애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을 겨냥해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공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도 바뀐 것이 없다.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 트럼프 지지층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 발언은 더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느냐. 유럽(지원 규모)이 같아지기 전에는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대만 방어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 곳곳에 국제 지정학을 뒤흔들 시한폭탄이 숨어 있는 셈이다. 타임지는 특히 나토 관련 발언에 대해 “공갈이 아니었다”고 평했다. 한국 발언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안보·경제 비상계획을 짜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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