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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MZ 발길 닿는 곳마다 '팝업 천국'…한편엔 '쓰레기 지옥' [팝업스토어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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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한집 팝업스토어 줄줄이

폐기물 철거 트럭 거리 곳곳에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도 심각
동네 주민 “열심히 짓고 며칠 후에 철거”


팝업스토어, 끝나니 '예쁜 쓰레기'가 우수수


이투데이

폐기물 철거 트럭이 성수동 골목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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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시 성동구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를 나와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는 연무장길로 들어서자마자 한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이 눈에 띄었다. 이 줄의 정체는 화장품 브랜드 롬앤이 운영 중인 '2024 서울 쥬시 올롬픽' 팝업을 방문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지난달 20일부터 운영 중인 이 팝업은 롬앤 립글로스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팝업스토어를 관람하려는 MZ세대들로 붐벼 성수동은 활기가 넘쳤다. 연무장길 팝업은 한 집 건너 한 집에 자리할 정도로 빽빽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롬앤 팝업을 지나 몇 걸음 걷자 하이트진로 '진로골드 판타지아' 팝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선보인 알코올 도수 15.5도의 저도주 '진로골드' 출시를 기념해 운영하는 팝업이다. 거대한 공간을 진로골드 소주를 테마로 화려하게 꾸며놔, 말 그대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팝업 인근은 신제품을 체험하려는 고객들로 문전성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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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서 운영 중인 하이트진로 '진로골드 판타지아' 팝업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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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성수동 거리를 1시간여 둘러보니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 농심 '짜파게티', 빙그레 '투게더', 완구 브랜드 '레고'까지 다양한 팝업을 운영 중이었다. 대부분 입장하려는 고객이 많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줄을 선 고객 중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활기찬 성수동 거리 곳곳에서는 새 팝업스토어를 짓는 공사 현장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거리 한복판에 다소 위험해 보이는 건축 자재가 쌓인 광경도 흔했다.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는 팝업 대관을 안내하는 매물 소개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빈 상가 곳곳에는 팝업스토어를 대관한다는 홍보 현수막이 붙은 빈 상가도 많았다. 연무장길에 소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60~70평 규모 팝업스토어를 1주일간 운영하는 데 대관 비용은 4400만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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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 빈 상가에 '팝업 대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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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팝업스토어와 함께 이날 성수동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풍경은 폐기물 철거 트럭이었다. 팝업스토어 후 생긴 쓰레기를 가득 실은 철거 트럭은 성수동 골목 곳곳을 달렸다. 업계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1곳이 철수할 때마다 평균 1톤(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대형 팝업스토어의 경우 수십 톤의 폐기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려는 인파가 넘치는 만큼 거리에는 생활 쓰레기가 쌓인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쓰레기 담배꽁초 무단투기 금지' 같은 쓰레기 배출을 안내한 푯말도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늘어나자 관할 구청인 성동구는 지난달부터 연무장길 주변을 중심으로 '365 청결기동대'를 가동하고 있다.

이날 한 팝업 앞에서 만난 이정아(가명ㆍ34) 씨는 "성수동 곳곳에 쓰레기 봉투가 나와 있으니 미관상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팝업스토어 자체가 단기간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 공사하는 건물도 많아 동네가 어수선한 것 같다"고 밝혔다. 성수동에 거주하는 김원배(76) 씨는 "하루종일 짓고 부수니 동네 전체가 공사판이 된 것 같다"며 "열심히 지어대고 며칠 후에 부숴버리니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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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 골목에 쓰레기 무단투기를 경고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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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김지영 기자 (kjy42@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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