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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美대학가는 흡사 전쟁터…뉴욕서 하룻밤 300명 체포에도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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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대학서 누적 1500명 체포…진압 과정서 물리적 충돌

대학 vs 시위대 강경 대치…'표현의 자유' 논쟁으로도 번지나

뉴스1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건물을 검거하자 미국 뉴욕경찰(NYPD)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고 있다. 2024.05.0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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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미국 대학가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반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대학 당국은 시위를 막기 위해 대규모 경찰 인력 투입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도 일어나 진원지인 뉴욕에서만 300명 가까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강경 진압 기조에도 시위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급기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으로도 불이 붙으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30여곳 대학서 1500명 체포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전역 대학교 30여곳에서 총 1500명이 이번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선 시위의 '진원지'인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에서는 전날 밤에만 시위대 300여명이 한꺼번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시위대가 교내 해밀턴홀을 점거하자 경찰이 건물 2층 창문을 통해 진입하고 섬광탄과 망치를 사용하는 등,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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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캠퍼스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공격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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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립대에서도 경찰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가 붉은색 조명탄을 터트리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뉴욕시립대 학생은 AFP에 "우리는 (경찰에) 폭행당하면서 거칠게 체포됐다"라며 경찰의 강경한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뉴욕 소재 포드햄대에서도 헬멧과 폭동 진압용 장비 등을 착용한 경찰이 캠퍼스 내부로 진입해 건물을 점거하던 시위대 15명을 체포했다.

시위는 뉴욕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선 이날 경찰이 진입해 시위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자들을 연행했다.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도 경찰은 시위가 "더 이상 평화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시위대 10명을 체포했다. 실제로 체포된 이들 중 1명은 총기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UCLA)에서는 전날 밤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서로를 향해 폭죽을 던지는 등 물리적 충돌이 격화해 대학 측의 요청으로 경찰이 캠퍼스에 출동했다. 다만 경찰은 UCLA에서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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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30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교내 친팔레스타인 연합 시위대 해산에 나선데 항의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05.0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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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껐지만 '표현의 자유' 불씨는 여전

경찰의 강경 대응 후 각 대학 캠퍼스는 조용한 상태다.

컬럼비아대 교정에 설치됐던 야영 텐트들은 모두 철거됐으며, 현재 약 30여명의 경찰이 남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컬럼비아대는 경찰에 졸업식 이틀 뒤인 오는 17일까지 캠퍼스에 머물러달라고 요청했다.

UCLA도 수업을 전면 취소하면서 학생과 주민들에게 시위대 현장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시위대 간 충돌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곳곳의 시위는 진압됐지만 이번 사태의 불길이 더 크게 번질 조짐도 보인다.

현재 컬럼비아대 시위대는 △이스라엘과 관련한 사업 매각 △대학 재정의 투명성 △시위 참여 학생·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측 모두 뜻을 굽히지 않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에 경찰이 동원되면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를 넘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시위대가 이를 계기로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더 거세게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대학 측은 이번 시위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포드햄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와 남의 집에 난입해 소리를 지르는 것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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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내에 진을 친 팔레스타인 동조 시위대들이 인간사슬을 한 채 30일(현지시간) 경찰의 해밀턴 홀 출입을 막고 있다. 경찰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2층으로 진입해 안에소 버티던 시위대 수십명을 연행해 갔다. 2024.05.0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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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으로도 번진 시위

한편 이번 시위는 미국 정치권으로도 번진 상황이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가 있다"라면서도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것은 평화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는 평화적인 시위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외교 정책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비판 여론으로 입장이 난처해지면서 이번 시위와 관련한 직접적인 의견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경찰의 컬럼비아대 진입을 두고 "아름다운 일"이라며 시위대를 향해 "성난 미치광이이자 하마스 동조자"라고 비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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