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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월클뉴스] 컬럼비아대에 떠도는 '반전 유령'…"저 바보들" 바이든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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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가가 소란스럽습니다. 지난 1968년 베트남전 종전을 요구하며 번져나간 반전 시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데요. 뉴욕에서 '반전의 유령'이 되살아났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컬럼비아 대학이 중심에 있습니다.

반전의 '성지', 해밀턴 홀



이번에 학생들이 점거한 해밀턴 홀은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대의 해밀턴 홀은 지난 1907년 문을 연 뒤 역사적인 시위 때마다 거점이 됐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학생 시위대에게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지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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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8년 미국 컬럼비아대 해밀턴 홀을 점거한 학생들을 뉴욕 경찰들이 쫓아내려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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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흑백사진은 지난 1968년 해밀턴 홀의 모습입니다. 그해 4월 베트남 전쟁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던 학생들이 처음으로 이곳을 아지트 삼았습니다. 학생들은 항의의 뜻에서 당시 학장 대리이던 헨리 콜먼을 이 건물 사무실 안에 하룻밤을 가뒀습니다. 일주일 뒤 경찰은 이 문을 통하는 대신 지하 터널을 통해 진입했습니다. 그렇게 거점은 넘어갔고, 경찰은 700명 넘게 잡아들였습니다.

베트남전이 끝나기 3년 전인 지난 1972년 반전 시위 때도 학생들은 이곳에 들어가 쇠사슬로 걸어 잠갔습니다. 가구까지 가져와 바리케이드를 쳤습니다. 경찰은 이때도 지하 통로로 들어가 시위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이후 1985년과 1992년, 1996년 시위 때마다 해밀턴 홀은 학생들에게 '성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해밀턴 홀에 돌아온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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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서로 팔을 붙잡고 인간 바리케이드처럼 해밀턴 홀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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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 일입니다. 창문이 있는 목조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점거한 해밀턴 홀에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밤 뉴욕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번에는 경찰들이 사다리차로 시위대가 점거한 이 건물 2층 창문을 깨고 들어갔습니다. 이날 점거는 풀렸지만, 불씨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18일 컬럼비아대에서 100여 명이 체포된 이래 지금까지 1300명도 넘는 시위대가 미국 캠퍼스에서 붙잡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저 바보들을 보라" 바이든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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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 당시 뉴욕주에 있는 시라큐스대 로스쿨 졸업반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모교 졸업식에서 축사 중이다. 〈사진=시라큐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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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래 이스라엘 편에 서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시위에 "증오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6년 전 베트남전 반대 시위 때 같은 뉴욕주의 다른 로스쿨을 다닌 바이든은 시위 팻말을 든 적이 없습니다. 바이든은 지난 2007년 회고록에서 자신이 시위대가 입던 '날염 티셔츠' 대신 '스포츠 코트'를 입은 법대생이었다고 했습니다. 또래 시위대에 대해선 "(내가) 고개를 들어 '저 바보들을 보라'고 했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지금, 올해 대선에서 연임을 바라보는 바이든은 더는 반전 흐름을 방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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