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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비둘기' 파월에 연내 금리 인하 믿음…그럼에도 무산된 랠리[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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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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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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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비둘기적인 스탠스를 보였으나 투자자들의 흥분은 금세 잦아들었고 증시 랠리는 무산됐다.

파월 의장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다음 통화정책 변경이 금리 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에 증시는 환호하며 S&P500지수가 1.5%까지 올랐다. 하지만 장 마감 직전 매물이 쏟아지며 S&P500지수는 0.3%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0.3% 약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지수는 상승폭이 대폭 줄어 0.2% 강세로 마감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증시 반전은 2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전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회사 AMD와 서버회사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수혜주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5% 급락했다.

둘째는 오는 3일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미리 주식 비중을 줄여놓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연달아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가 예상치를 웃돌며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자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미리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동결…QT 규모는 축소

연준은 이날 FOMC에서 금리를 20년만에 최고치인 5.25~5.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후 계속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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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기금 금리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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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이와 함께 지난 3월 FOMC 의사록에서 공개된 대로 매월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상환받아 보유 채권을 줄이는 양적 긴축(QT)의 규모를 오는 6월부터 축소하기로 했다.

매월 600억달러씩 원금을 상환 받아온 국채 규모는 250억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이고 매월 350억달러씩 원금을 상환 받아온 기관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증권(MBS)의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보단 금리 유지

인플레이션이 올들어 3개월 연속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돌며 정체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 재개를 경고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를 다시 올리려면 "우리의 정책 스탠스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2%로 떨어뜨릴 만큼 충분히 성장 제약적이지 못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이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하락) 경로에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믿지만 "이에 대한 확신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금리를 다시 올리기보다는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시타델 증권의 금리 매매 글로벌 팀장은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금리를 다시 인상하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쉬는 WSJ에 "연준은 스탠스를 바꿔야 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나쁘게(높게) 나오면" 언젠가는 금리 인상을 논의 테이블에 다시 올려 "대응해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경로 3가지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3가지 가능한 경로를 밝혔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이 횡보하면서 지속적인 하락세에 대해 더 큰 확신을 얻지 못한다면 금리 인하를 보류하는 것"이다.

그는 금리 인상을 재개하려면 인플레이션이 현재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것을 넘어 더 심각해졌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2가지 경로는 모두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데 하나는 노동시장이 실질적으로 예상치 못한 약세를 보이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지난해와 같은 하락세를 재개하는 경우다.


연준, 올해 금리 1~2번 내릴 듯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러트닉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2% 위에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연준이 과시용으로 오는 9월에 금리를 한 번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파월 의장이) 올 여름까지는 금리를 변동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해석했다.

EY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을 볼 때 대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오는 6월11~12일 FOMC 때 공개될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2번 이하의 금리 인하를 전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일부만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SEP는 분기마다 한 번씩 발표되는데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았고 다음달 FOMC 때 나온다.


QT 축소는 긴축 포기 신호

연준이 매월 600억달러씩 만기 상환 받아온 국채의 규모를 250억달러로 줄이기로 한데 대해 연준이 긴축을 포기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캔터 피츠제럴드의 러트닉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연준의 대자대조표 축소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대차대조표 축소 규모를 줄임으로써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완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연준이 보유 채권을 줄이는 QT를 말한다.

JP모간 자산관리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도 CNBC에 매월 보유 국채의 감축 규모를 600억달러에서 절반인 300억달러로 줄일 수도 있었는데 250억달러로 줄인 것은 "연준이 너무 매파적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연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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