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기자수첩] 자꾸 틀린 자료로 헛발질하는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부, 의대 증원 인원 잘못 파악

국토부, 주택 공급 정책 통계 오류

조선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애초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었다고 2일 밝혔다. 그런데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1509명이 아니라 1539명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아주대가 10명, 영남대가 20명 증원 규모를 감축한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의대 증원 숫자는 두 달 넘게 대한민국을 흔드는 의료계 갈등의 핵심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발표하면서 틀린 자료를 내고 그 내용을 취재진에게 발표했다.

기자들이 이 사실을 지적하고 나서야 교육부가 뒤늦게 두 대학이 인원을 줄인 사실을 확인하고 숫자를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이 지난달 30일 대교협에 의대 정원을 제출한 다음 다시 수정했는데, 수정된 것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두 대학이 증원 규모를 줄인 사실은 이미 전날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내용이다. 국민들도 다 아는 사실을 주무 부처인 교육부만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대해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주무 부서 중 하나인 교육부의 행태를 보면 절박함보다는 안이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작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 드러났다. 작년 7월 집계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는데 반년 넘게 몰랐다. 통계에서 누락된 주택 수가 19만2000채로 분당과 일산에 있는 가구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정부는 이 오류가 난 통계를 기반으로 두 차례 부동산 대책까지 내놨다. 국토부는 ‘공급 위축’이라는 경향에 차이가 없어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 통계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폭넓게 사용한다. 또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작년 7월 시스템을 개편한 뒤 오류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전 자료를 한 번만 더 확인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 의대 증원, 주택 공급 통계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다. 이해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는 치열함과 절박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표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