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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국방과 무기

[기자수첩] 어떻게 보수 정권이 해병대와 척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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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순직 해병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자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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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방청석의 해병대 예비역 20여 명은 눈물을 흘리며 거수경례를 했다. 한 노병은 “자기 아들이 죽었다면 이렇게 할 것이냐.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 차려라”고 했다.

이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우리는 정권 퇴진 선봉에 설 것”이라며 “사단장 한 명을 구하려고 국가를 흔드는 게 어떻게 보수냐”고 했다.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구속 심사를 받을 때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불러줬던 그의 해병 동기들은 경기 화성 해병대사령부에서 용산까지 50㎞를 행군했다. 그들은 “지휘관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해병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윤 정권이 해병대 명예를 짓밟았다”고 했다.

기자는 해병 919기다. 자원 입대하는 모든 해병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있다. 해병을 포함한 예비역 군인들은 보수 정권의 가장 든든한 지원 세력이었다. 이들이 ‘윤 정부 퇴진’을 외치는 건 낯선 광경이다. 윤 정부 2년은 대선 승리 선거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는 연속이었다. 당내 비주류를 배척하며 ‘이대남’을 등돌리게 하고 명품 백 논란을 키워 중도 보수층을 떠나게 했다. 소통 부족과 정치 실종 문제가 매번 지적됐다. 그 결과는 총선 참패였다.

국민은 의혹보다 의혹을 대하는 태도에서 정치를 평가한다. 그간 여권이 해병대원 사안에 대해 거부권 예고 말고 어떤 국민적 소통을 했는지 의문이다.

해병 377기인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 해병대전우회장 출신으로 해병대에 애정이 크다. 그런 홍 수석마저 “법 취지를 거부한 건 박정훈 대령”이라며 기존 용산 입장만 반복했다. 물론 해병대원 특검법에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엄정 대응 방침부터 밝히기 전에 홍 수석이라도 해병 선후배를 만나 소통하며 여야 가교 역할을 할 수는 없나. 언제까지 지지자들을 떠나게 할 셈인가.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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