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1명만 후보로 나선 것은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에는 김민석 서영교 의원 등 여러 3, 4선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를 앞세우며 출마 의사를 밝히자 다른 의원들은 줄줄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른바 ‘명심’(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사전에 ‘교통정리’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박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놓고 과거 당 총재가 원내총무를 임명했던 시절로 퇴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원들의 뜻을 모아 원내대표를 뽑았다기보다는 이 대표가 사실상 지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후보들도 하나같이 ‘명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뜻에 따라 당과 국회가 운영되는 ‘친명 일색 정당’에서 이 대표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나.
또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박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여당과 사사건건 대립할 소지도 다분하다. 박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민주당 몫으로 확보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관례와 상관없이 중요한 상임위는 여당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에 여당은 “야당의 폭주”라고 맞서고 있어 원 구성 협상에서부터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박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이 민주당에 171석을 준 이유가 다수의 힘으로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란 뜻은 아니다. 독주와 독선, 오만으로 흐를 경우 민심이 돌아서는 건 순식간이다. 절제와 타협의 정치 복원이 거야 원내 사령탑의 제1 과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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