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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초고령사회 눈앞… 실버타운 승부수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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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실버타운 활성화 나서는 정부-건설업계

올해 말,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건설업체, 실버주택 공급 경쟁

정부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지자체-비수도권 대학도 사업 준비

관련 제도 미비-고액 입주비는 과제

동아일보

지방자치단체도 실버타운 조성에 적극적이다. 경남 거창군이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실버타운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이 들어설 거창읍 정장리 일대. 거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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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대한민국은 올해 말 이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 진입이 확실시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 인구는 지난해 말 993만 명에서 올해 말 1051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 인구 비중은 19.2%에서 20.3%로 올라선다.

속도도 너무 빠르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셈이다. 영국(50년) 프랑스(39년) 미국(15년) 등 서구 국가뿐 아니라 고령화 추세가 가파른 일본(10년)보다도 빠르다.

이로 인해 “2050년 대한민국 경제력이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에 뒤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22년 말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 ‘2027년으로 가는 길’에서 분석한 결과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질 확률도 대단히 높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트랙 교수(부동산경제학)는 지난달 23일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세미나에서 “인구 감소로 국내 가구 수가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하는 2040년부터 집값은 장기 하락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직격탄을 맞게 된 건설업계는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도 마중물 확보 차원에서 관련 규제 완화나 시범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 건설업계, 실버타운에 주목

가장 적극적인 곳은 건설업계다. 주택 경기 침체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실버타운과 시니어주택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올 3월 발표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2015년 폐지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전국 89개 인구 감소 지역에 재도입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노인주택 입주 자격 요건 중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자’를 폐지하고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또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장기요양기관, 호텔 및 요식업체, 보험사 등 기관도 노인주택을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포함하기로 했다.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실거주 예외 사유로 인정해 주택연금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버타운 수요층은 넓어지고 공급 방식은 크게 다양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건설사들은 고소득 고령자를 겨냥한 고급 실버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시설 분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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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실버타운과 시니어 주택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롯데건설이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서 분양한 실버타운 ‘VL 르웨스트’ 조감도. 롯데건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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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롯데건설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에 고소득(자산) 시니어 계층용 레지던스 ‘VL 르웨스트’와 서울 광진구 능동에 프리미엄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을 잇달아 공급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신사업으로 시니어 사업 확대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부동산 개발업체 MDM그룹과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를 선보였다.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에 자리한 호텔식 실버타운이다.

현대건설은 부동산 대체 투자 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은평 편익5 시니어 레지던스 복합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에 시니어하우징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한미글로벌의 부동산개발 자회사 한미글로벌 디앤아이는 시니어 레지던스 ‘위례 심포니아’ 분양을 준비 중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115채 규모로 조성되는 위례 심포니아는 올해 말 준공, 내년 3월 운영이 목표다.

● 지자체와 대학도 실버타운 사업 채비

지자체와 비(非)수도권 대학들도 실버타운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적극적이다.

충북 괴산군은 칠성면 율원리 일대 3만4866㎡ 터에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성산별빛마을’을 조성하려고 한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읍 정장리에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를 준비 중이다. 두 사업은 정부가 은퇴자나 귀농, 귀촌 청년 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지역활력타운’ 공모사업의 하나다.

서울시는 강원도와 지난해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지방 상생형 주거 정책 모델인 ‘골드시티’를 강원 삼척시에 30만 ㎡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은퇴한 서울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2000∼3000채가 들어서는 실버타운형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것. 공사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강원개발공사가 맡을 예정이며 2028∼2030년 입주가 목표다.

비수도권 대학들도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광주 조선대와 부산 동명대는 지난달 7일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학교 터에 교육 및 의료 시스템을 접목한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동명대는 입주 은퇴자의 자유로운 대학 출입과 원활한 캠퍼스 시설 활용을 위해 정문 주변에 600여 채 규모 실버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조선대는 조선대병원 인근에 700여 채 규모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사업이 실행되면 대학이 캠퍼스에 실버타운을 짓는 첫 사례가 된다.

● 정부 주도 실버타운 시범사업도 본격화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실버타운 시범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진행하는 ‘헬스케어 리츠’를 활용한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 의료시설 용지(약 18만6000㎡)에 국내 최초로 시니어 주택(2550채)과 중대형 오피스텔(874실), 양로 시설(80실), 한방병원(120병상), 문화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주거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LH는 지난달 20일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엠디엠플러스를 선정했다. 6월 중 사업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사업자가 헬스케어 리츠 설립 및 영업 인가를 받으면 올해 말 사업부지 매매계약까지 맺을 예정이다.

LH 부동산금융사업처 김혜진 차장은 “엠디엠플러스와 협의가 원만하게 마무리된다면 내년 중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시작하고 2026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 및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하게 될 헬스리츠 회사는 2031년 일반 공모와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계획대로 되면 국내 1호 헬스케어 리츠가 된다.

국토부와 LH는 앞으로도 실버타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재경 LH 지역균형본부장은 “내년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나 고령자 주택은 2%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시니어 주택 확대 정책에 발맞춰 2, 3기 수도권 신도시와 광역시 등 LH가 보유한 토지에 후속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넘어야 할 산도 적잖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실버타운 사업 수요는 급속도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에 맞는 공급이 이뤄지기 위한 선결 과제가 적잖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가 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22일 정부에 제출한 ‘2024년 킬러·민생 규제 개선 과제’ 건의서에서 100개 규제 개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노인복지주택의 건강 관리 서비스 확대’를 요구했다. 실버타운 같은 노인복지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처치를 비롯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불가해 노인복지주택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노인복지주택 의료 인력 배치 및 운영 기준 마련과 기초 수준 의료 행위를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고령인 입소자 건강을 24시간 관리해야 하는 노인복지주택 특성을 고려해 최소한 학교 보건실이나 사업장 의무실 수준으로 기본적인 처치나 보건지도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 달라는 게 핵심이다.

이 밖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현재 건설사들이 공을 들이는 실버타운은 고액 자산가 노령층만을 대상으로 고급화 경쟁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 결과 실버타운 입주자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 실제로 서울 시내 실버타운 입주자들의 부담 금액은 보증금(평균) 2억∼10억 원에 생활비는 월 100만∼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분양형 실버타운이 활성화됐을 당시 제기된 부실 운영이나 사기 분양, 과대 광고, 투기 수단 전락 우려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도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를 포함한 보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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