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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책의 향기]모성본능은 옛말, 신경 연결 산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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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부모가 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 적도 있다. 성인이 돼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된다는 신념 말이다. 하지만 비혼주의자와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이 늘면서 결혼과 출산은 특별한 일이 돼 버렸다. 인간의 본능이 달라진 걸까.

이 책은 모성본능 등 기존의 잘못된 관념이 양육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부모가 되는 것은 뇌신경 및 호르몬의 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과학의 관점에서 부모와 육아란 무엇인지 분석한다. 저자는 2014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취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언론인으로, 현재 건강,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육아가 본능이라기보다는 뇌에 관련된 신경 연결, 즉 돌봄회로가 새롭게 만들어지며 점점 능숙해져 가는 적응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돌봄회로는 아이라는 강력한 자극에 적절한 방식으로 충분히 노출될 때 발달한다. 그렇기에 엄마에게만 돌봄회로가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나 삼촌, 이모, 형제, 이웃 그리고 입양 부모나 동성 부모도 훌륭한 양육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돌봄회로 형성이 쉬운 과정만은 아니다. 양육의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산후우울증이 꼽히는데, 흥미롭게도 육아 참여도가 높은 아빠일수록 산후우울증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육아의 과정이 고립적이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사회적으로 과소평가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저자는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한 사람에게만 지울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나누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양육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일시적으로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실제로 기억 기능이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비용 대비 수익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처리 회로, 즉 타인의 감정적인 신호를 읽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부모가 되면서 강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육아의 긍정적 효과는 가정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산율 저하로 부모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 부모 됨의 가치와 의미, 역할을 알려주는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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