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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어지간한 걸레질로는…" 삼성∙LG 제친 中로봇청소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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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에 이어 최근 필수 가전으로 떠오른 로봇청소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가전 시장이 침체해 있지만, 로봇청소기만큼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중장년층까지 공략 중이다. 글로벌 시장정보업체인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900억원으로, 전년보다 41% 커졌다.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도 로봇청소기 비중은 2019년 9%에서 지난해 22%로 쑥 커졌다.

유통업체들은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가전 품목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11번가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지난달부터 로봇청소기 프로모션 중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열흘간 선판매한 ‘로보락 S8 MaxV 울트라’(184만원)는 고가임에도 2000여 대가 팔렸다. 롯데하이마트도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로봇청소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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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스포크 로봇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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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것은 중국 브랜드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어 해외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로봇청소기 시장도 양사가 키우고 있었지만, 지난 4~5년 사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커머스 통계서비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로보락(20.1%)이다. LG전자‧샤오미가 각각 17.7%로,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가 15.9%로 뒤를 이었다.

중국 로봇청소기 수요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예컨대 LG전자 ‘코드제로 R9’은 흡입 전용 제품으로, 80만원 선이다. 흡입력은 5300Pa, 사용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카메라가 주변 인지를 하고 2.5㎝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비슷한 가격인 중국 ‘로보락 S8 Plus’는 흡입력 6000Pa, 사용시간 3시간, 카메라와 맵핑(LDS) 기능에 적외선 IR도 적용됐다. 문턱(2㎝)을 넘을 수 있고 먼지 흡입과 함께 물걸레질도 알아서 한다. 기술력도 국내 업체 못지않다. 모서리를 감지하면 측면으로 브러시가 뻗어 나가며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먼지를 쓸어내고 카펫 위에서는 물걸레 기능이 자동으로 멈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보다 기술력에서 밀리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브랜드 제품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세세한 사항까지 신경 썼고 이런 게 누적되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편하고 좋다’고 입소문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일체형 기능이 중국 로봇청소기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이전까지 국내 업체는 흡입 기능만 탑재한 로봇청소기를 내놨다. 걸레는 탈부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먼지 흡입은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해도 사용자가 걸레를 붙였다 떼야 하고 빨아서 건조해야 했다. 중국 로보락, 샤오미 등은 아예 로봇청소기에 걸레를 부착한 일체형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물통에 채워둔 물이 탑재된 걸레를 적셔 물걸레질하고 바람이 나와 건조까지 알아서 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부담없이, 편하게 청소하고 싶은 소비자들”이라며 “(중국 제품들은) 먼지 흡입 후에 걸레질까지 바로 해주는 기능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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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로봇청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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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도 걸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발에 나섰지만,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지는 못했다. 예컨대 일체형 제품의 걸레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눅눅한 냄새가 난다’ ‘곰팡이가 피었다’ 같은 불만이 적지 않다. 국내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도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 예컨대 중국 소비자는 집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고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걸레질이 꼼꼼하지 않아도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반면 좌식 생활을 하는 한국에선 어지간한 걸레질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걸레 건조 문제를 스팀으로 보완했다. 지난달 초 선보인 ‘비스포크 AI 스팀’은 출시 25일 만에 1만여 대가 팔렸다. 물걸레를 고온의 스팀과 물로 자동 세척하고 고온 스팀이 각종 세균을 99.99% 없앤 후 고온 열풍으로 걸레를 건조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주행 기능을 탑재해 카펫 같은 장애물 인식 등 주행 성능도 좋아졌다. LG전자도 상반기 중 물걸레가 탑재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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