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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4400억대 사기범 도피시킨 ‘칠성파’ 조직원…억대 벤츠·현금 갈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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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간 6억3000만원 갈취…레인지로버‧위블로 시계‧현금 등

4000억원대 다단계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도인터내셔널 대표 이모(구속 기소)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30일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양모(45)씨는 부산 최대 폭력 조직인 칠성파 행동대원이었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양씨의 판결문 등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양씨는 2023년 7월 아도인터내셔널 계열사 대표이던 칠성파 선배 A씨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이씨가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니, 이씨 옆에서 신병 안전 등 여러 가지를 도와달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양씨는 이에 응해 이씨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를 맡았다.

이씨는 이 시기 양씨에게 “계열사 대표들에게 빌려준 돈과 사준 차량을 회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양씨는 이에 응해 계열사 대표들을 차례대로 불러내 고급 수입차 등을 갈취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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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시한 7세대 S클래스. 양씨는 해당 라인업 중 S580 모델을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양씨가 갈취한 차량과 동종 차량./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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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작년 7월 2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정문 앞으로 계열사 대표 B(50)씨를 불러냈다. 양씨는 B씨의 벤츠 S580(시가 2억4000만원 상당) 승용차, ‘위블로’ 손목시계(시가 2000만원 상당) 및 법인계좌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양씨는 옷을 벗고 전신에 새겨진 호랑이‧용‧도깨비 등의 문신을 보여줬다. 양씨는 이때 B씨를 향해 “아저씨, 말 길게 하지 말고 법인계좌 비밀번호, 이체 비밀번호 알려주라”며 “이씨가 준 차키와 시계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양씨는 다음날인 22일 이씨에게 베트남행 항공권을 끊어준 뒤 이씨를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갔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출국금지로 이씨의 출국길이 막혔다. 양씨는 그달 말 이씨를 데리고 서울 강남구에서 부산 해운대구로 은신처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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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가 이씨를 도피시키는 과정에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차종인 벤츠 G63의 모습. 사진은 양씨가 이용한 차량과 동종 차량./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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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출국에 차질이 생겼지만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양씨의 갈취는 계속됐다. 양씨는 27일 다른 계열사 이사 C(49)씨에게 전화해 “내가 이씨로부터 돈 회수하는 것을 전부 위임받았다”며 “이씨에게 받은 돈과 차를 내놓으라. 돈 안 가져오면 집 지붕을 날려버린다”고 했다고 한다. 양씨는 그해 8월 2일 부산 모처에서 C씨와 만난 뒤 1억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의 공갈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양씨는 그해 8월 8일 이씨를 자신의 벤츠 G63 AMG(시가 2억1660만원 상당)에 태워 김포시에 있는 또 다른 계열사 대표 D(46)씨를 찾아갔다. 양씨는 B씨에게 했던 것처럼 전신의 문신을 드러내며 D씨를 협박했다. 그는 D씨에게 “이 XX 자꾸 도망다니네”라며 “죽여버리기 전에 차 가져오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D씨는 협박에 못 이겨 양씨에게 랜드로버 사의 레인지로버(시가 2억7000만원 상당)를 내어줬다. 양씨는 자신의 G63 차량을 몰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던 이씨는 이 레인지로버 차량을 운전해 은신처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간 양씨가 갈취한 금품은 모두 6억30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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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가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것으로 조사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모습. 사진은 양씨가 갈취한 차량과 동종 차량./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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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다음날인 9일 이씨를 G63 차량에 태워 은신처를 옮겼다. 12일엔 차량을 벤츠 GT43 (시가 1억6000만원 상당)으로 바꿔 탄 뒤 이씨와 함께 칠성파 선배 A씨를 만나고 오기도 했다고 한다.

양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범인도피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자동차와 시계 등이 모두 이씨의 소유인 만큼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범인 도피는 형사사법 절차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로 모든 범죄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양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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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가 이씨를 도피시키는 과정에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차종인 벤츠 더 뉴 GT 43 4매틱+ 4도어 쿠페.의 모습. 사진은 양씨가 갈취한 차량과 동종 차량./벤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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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판결 당일 항소했고,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부장 임선화)도 원심 판결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3일 항소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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