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제재로 인해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고립된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3일(현지 시간) 미국이 중국에 고품질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서 중국의 AI 기술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어센드910B’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엔비디아의 H100 모델에 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아메드 바나파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비해 적어도 5~10년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화웨이의 어센드910B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를 통해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 AI 반도체다. 대만 TSMC의 4·5nm 공정을 활용해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H100과 비교했을 때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공정의 단위가 작을수록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는 반도체의 성능과 직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5년까지 2nm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의 차이는 한순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한동안은 AI 개발에 고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 초당 300조 개 이상의 연산처리 능력을 가진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이용하거나, 게임용 GPU를 이용해 AI를 개발해야만 했다. 암시장을 통해 고사양 엔비디아 GPU를 수급하기도 했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AI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어 그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달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칩은 미국보다 몇 년은 뒤처져 있다. 수출 통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공격적으로 (중국에) 대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여전히 AI 인재나 인프라 면에서 좋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2등 자리를 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전략적으로 범용 AI보다 한 분야에 특화된 AI에 집중한다면 세계적인 AI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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