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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어린이날 행사 하면 뭐하나요” 싸늘한 남대문 아동복 상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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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녀 가정 늘어나면서 고가 브랜드로 몰려

“어린이날 행사요? 행사 이전인 어제보다 더 안 팔려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상가거리에서 만난 상인 정모(60)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수백 개의 소규모 점포가 입점해있는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거리는 지난 3~4일 이틀간 ‘2024년 남대문 아동복 어린이날 대축제’를 개최했다. 아동복에 대해 할인을 해주거나 사은품을 증정하는 내용으로, 거리 곳곳에는 행사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가 무색하게 이날 상가 내부는 한산했다. 수십 개의 점포가 입점해있는 한 상가에는 10명 가량의 손님만이 있었다. 상인들은 머리를 숙이고 핸드폰을 바라보거나, 아예 ‘자리 비웁니다’ 라는 안내와 개인번호만 남겨둔 채 점포를 비워두기도 했다. 해외 관광객을 비롯한 남대문 시장 방문객 수백 명이 소란스럽게 상가 앞을 오가는 것과 상반됐다. 상인 정씨는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코로나로 인한 매출 추락은 아직도 극복이 안되는 상황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매출이 확 꺾였다”며 “요즘 남대문시장에 관광객 등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지만 상가 안에 들어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3일 오후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거리에 위치한 한 매장이 한산하다. 남대문시장은 3일부터 4일까지 2024년 남대문 아동복 어린이날 대축제를 열었지만 상인들은 "사가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입을 모았다./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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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산으로 인해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동복 역시 고가 브랜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BC카드가 전국 주요 백화점 등에 입점한 아동 브랜드 중 결제 단가 상위 5개 브랜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9% 증가했고, 2020년과 비교하면 152% 늘었다. 이용고객 1명 당 결제금액 역시 올해 기준 전년 대비 18.2% 증가했고, 2020년 대비 62% 늘어났다. 고가 아동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동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 자체는 늘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원에서 2022년 1조2016억원으로 약 32% 성장했다.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전통시장 내 아동복 상인들은 지속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동복 점포를 운영하는 A(51)씨는 “매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내리막인데, 올해 매출 상황이 특히 눈에 띄게 좋지 않다”며 “매년 저출산이 심각해지니 이러는 것 같은데, 올해도 올해지만 앞으로가 큰 걱정이다”라고 했다.

계속되는 매출 부진에 최근에는 남대문시장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을 노리기도 한다. 상인 최모(24)씨는 “요즘 중국, 일본인 등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올라왔다”며 “외국인들이 남대문 시장에 많이 몰리고 관광을 온 김에 기념품 느낌으로 아동복을 꽤 사가는 편”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아동복마저 고가 브랜드를 찾는 소비현상이 아동복 시장 양극화와 저출산 가속화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늘어난 한 자녀 가정의 경우 아이가 더 특별할 수 밖에 없으니 육아 관련 소비행태도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을 쫓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라며 “불황과 겹치게 되면 중저가 아동 브랜드가 다수 사라져 시장이 양극화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육아비용도 상향평준화되기 때문에 그 부담에 출산을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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