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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인니, 韓전투기 기밀 먹튀?…수사 중에 "기술 덜 받고 돈 덜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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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기술 이전을 덜 받을 테니 분담금을 깎아 달라”고 제안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에 파견된 자국 기술진이 관련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에 이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로 이미 주요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실상 ‘먹튀’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중앙일보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 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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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1조원 깎아주면 우리도 그만큼의 기술 포기하겠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당초 합의했던 분담금을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까지 내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약 1000억원씩 3년간 3000억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면서다. 당초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내야 하는 KF-21의 개발 분담금은 1조6000억원으로,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약 20% 규모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비용은 약 30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3000억원을 더해 모두 6000억원만 내고, 한국과 거래를 끝내겠다는 취지다.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액수의 30~40%만 내는 대신 기술도 비슷한 수준으로 덜 받겠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1조원을 포기하면 자신들도 그 만큼의 기술 가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선 핵심 기술이 얼마나 넘어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실제 KF-21 기술 유출을 둘러싼 우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A씨가 지난 1월 비인가 USB 여러 개를 지닌 채 외부로 나가려다 적발되면서 현실이 됐다. USB에는 6600건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이용해 설계도면을 무단으로 촬영한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 B씨도 입건했다.



이미 기술 빼돌렸으면 “덜 받겠다”는 제안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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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KF-21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 국기가 태극기 옆에 새겨져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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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팎에선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KF-21 기술 유출 시도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된 USB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다수의 보고서가 발견된 데다 A씨가 “USB를 전임자에게 인계받았을 뿐 USB를 KAI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랜 기간 기술을 빼돌려 본국과 공유해왔다는 정황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경찰이 들여다보는 KF-21의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 ‘카티아’ 유출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계도면을 입체화한 해당 프로그램은 KF-21 개발의 노하우가 집약돼있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 자료로 꼽힌다. 카티아를 확보하면 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시제품 개발 기간 역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간 KAI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기술을 자체 학습하는 과정에서 카티아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는 있어도 KAI의 기술을 직접 유출하는 건 엄격한 통제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철저한 보안 상황을 강조하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학습 수준이 그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인도네시아가 이미 핵심 기술을 습득했다면 “덜 받고 덜 내겠다”는 제안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은 내지 않으면서 기술만 빼가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인니 구멍 낸 1조원 누가 메울지도 문제



인도네시아의 느닷없는 제안에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KF-21 개발의 골칫거리인 인도네시아와 하루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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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의 모습. 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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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구멍 난 1조원을 메울 방법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총 개발비 8조8000억원은 정부 60%, 업체 20%, 인도네시아 20% 구조로 구성됐다”며 “1조원을 메울 주체가 정부인지, 업체인지를 놓고 분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최종 검토한 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의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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