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최태원 “반도체 롤러코스터 계속될것… 젠슨 황, R&D 서둘러달라 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상의 회장 연임한 최태원 SK회장 기자간담회

“반도체 미세화 상당히 어려워져

얼마나 더 투자할지가 숙제

중국은 중요한 고객, 협력 필요

반기업 정서 꼭 완화시키고싶어”

동아일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7년 3월까지 두번째 대한상의 회장 임기를 수행한다. 대한상의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사이클 롤러코스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올해 좋아진다 해도 그리 오래 안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대한상의 회장 연임을 계기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수년간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만큼 더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있었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에 대해서는 “자사 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우리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R&D)을 서둘러 달라고 (황 CEO가)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치열한 반도체 속도전 속에서 양사가 기민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반도체, 얼마나 더 투자할지가 숙제”

최 회장은 이날 최근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업황과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미세화가 상당히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기술보다는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설비 확장 및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는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올해 메모리 사이클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자 지난달에는 미국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과 이천 ‘M15X’ D램 공장 투자를 잇달아 발표하기도 했다. 총 규모가 25조 원이 넘는 신규 투자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최근 주요국들의 경쟁적인 반도체 투자 보조금 지원에 대해 “아무래도 반도체 산업계는 (시장이 있어) 장사가 잘되거나, 리스크를 셰어(분담)할 수 있는 쪽으로 자꾸 흐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의 보조금 지원이 반도체 공장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도 “솔직히 보조금이 많은 데는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인건비가 비싸다거나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시스템은 아주 잘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SK는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 따른 그룹 내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등 핵심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다음 달 말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공유·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조가 퇴조하고 효율성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트렌드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론 (ESG가)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있지만 EV를 영원히 안 할 수는 없다. 여기서 없어질 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美 대선, 근간 흔들 변화 아냐…中, 중요한 고객”

앞서 3월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 재선출되면서 2027년 3월까지 2기 임기를 열었다. 최 회장은 특히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을 두고 “미국과 한국의 근간을 흔들 변화일 거라 믿진 않는다”며 “법을 바꾸는 과정의 절차와 토론이 있기 때문에 당장에 큰일이 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에 대해 낮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지속 강조했다. 최 회장은 “수출도 해야 되고 경제협력을 많이 해야 되는 나라의 입장으로 봤을 때 중국도 저희한테 중요한 고객이고 중요한 판매처고 중요한 협력처”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과제로는 ‘반기업 정서 개선’을 꼽았다. 최 회장은 “기업, 경제계에 대한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키고 싶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도 기업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