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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출자가 대신 내는 은행 교육세, 정부의 용인과 꼼수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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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이자·배당금·수수료 등 수익금액의 0.5%. 시중은행이 국가에 납부해야 할 교육세 내역이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이런 교육세 부담을 대출 받은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은행은 "교육세는 간접세"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차주借主에게 은행의 부담을 전가하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視리즈 '금융사 교육세 전가 논란' 두번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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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의 소유권을 온전히 금융소비자가 갖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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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기름을 넣었다고 치자.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돈을 내고 기름을 넣었으니, 소유권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있다. 퇴근 후 마신 맥주도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기름값과 맥줏값엔 교육세가 포함돼 있다. 내 차에 넣은 기름, 기분 전환을 위해 마신 맥주에 세금이 들어있다는 게 낯설긴 하지만,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기름이든 맥주든 소유권(일종의 수익)에 대가를 치르는 건 마땅해서다.

그런데 은행 대출금리에도 교육세가 포함돼 있다면 어떨까. 은행에서 빌린 돈이 기름과 맥주처럼 온전히 소비자의 것일까. 視리즈 '금융사 교육세 전가 논란' 2편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질문이다. 답에 한걸음씩 다가서 보자.[※참고: 은행·보험업 등 금융회사는 이자·배당금·수수료 등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하고 있다.]

■ 교육세는 간접세인가 = 은행이 교육세를 차주借主(돈을 빌린 금융소비자)로부터 받는 근거는 수익자부담 원칙이다. 대출상품을 이용해 수익을 봤으니 세금도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거다.

언뜻 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여기서 은행이 얘기하는 수익은 100% 차주의 것일까". 따지고 보면, 대출의 최종 수익자는 빌려준 돈에 이자까지 챙기는 은행이다. 더구나 기름이나 맥주와 달리 대출엔 상환의무까지 있다.

그럼 은행은 이렇게 항변한다. "교육세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대출금리에 포함해도 문제가 없다." 이 역시 그럴듯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국세청의 세금 분류에 따르면, 간접세는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주세·인지세·증권거래세 등이 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은행이 고객에게 전가하는 교육세는 간접세가 아니다.

그렇다면 은행은 무슨 근거로 교육세를 간접세라고 주장하는 걸까. 여기엔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 2012년 금융감독원은 은행 대출금리체계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매기는 과정이 적정한지 점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만들었는데, 이때 가산금리에 교육세를 포함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금융당국이 교육세를 부가가치세로 인식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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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은행이 고객에게 전가하는 교육세를 대출금리에서 제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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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참이 흘렀지만, 금융당국의 견해는 여전하다. 금감원은 2018년 발표한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 및 향후 감독방향'에서도 교육세를 업무원가, 리스크 관리비용, 목표이익률 등과 함께 가산금리 구성항목으로 명기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교육세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도록 용인했다는 얘기다.

■ 현실 바뀌었지만 제도는 그대로 = 물론 은행이 교육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이유를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절도 있었다. 2009년 이후 은행은 분기별로 한번씩 교육세를 납부했다. 기준은 매출액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적자가 나도 교육세를 내야 했다. 수익이 날지 손실이 될지 모르는 대출에 교육세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이유다.

하지만 2015년 정부는 법개정을 통해 은행이 내는 교육세를 1년에 한번 정산(직전 연도 기준)하고 네번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손실이 나도 매분기 교육세를 정산해야 하는 은행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변경이었다. 사실상 대출금리에 교육세를 전가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사라졌지만 은행은 기존 관행을 고치지 않았다

안창남 AnP 세금연구소장(전 강남대 교수)은 "교육세를 둘러싼 애매한 법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이 책임져야 할 교육세를 부가세처럼 여기고 있어 납부 대상과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교육세 납부 방식과 시기,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세 전가 문제를 떠나서라도 교육세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은행의 교육세 꼼수 = 은행들이 교육세를 활용해 부린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자·배당금·수수료 등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납부해야 하는 은행은 대출이자에 이를 전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객에게 전가한 교육세가 은행이 책임져야 할 몫인 0.5%를 웃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감사원은 일부 은행이 소수점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한 대출이자를 적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교육세(0.5%)를 적용하기 전 대출금리를 5.0%라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은행의 교육세율 0.5% 적용하면 대출에는 교육세 명목의 가산금리 0.025%(5%×0.5%)가 따라붙는다. 그럼 고객이 빌린의 대출금리는 최종적으로 5.025%가 된다.

이 지점에서 은행은 반올림이란 마법을 부려 대출금리를 5.025%가 아닌 5.03%로 적용해왔다. 고객에게 교육세를 전가하는 것도 모자라 이자를 더 받아서 챙긴 셈이다. 감사원은 이런 방식으로 은행이 2017~2021년 고객으로부터 562억원의 이자를 더 받았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에서 교육세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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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세 제외 효과 = 그럼 은행이 고객에게 전가하는 교육세를 가산금리에서 제외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쉽게 생각하면 빠진 교육세 0.5%만큼 대출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국면에서 시름하는 차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은행은 교육세 제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은행 관계자는 "교육세를 제외한다고 대출금리가 크게 낮아지는 건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다. "0.5%의 이자를 낮춰봤자 고객이 부담하는 이자는 크게 줄지 않는다. 차라리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게 이율을 더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교육세를 대출금리에서 제외하면 다른 가산금리를 활용해 이를 보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육세 제외 효과가 '조삼모사'에 불과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은행의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경훈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교육세를 제외한 후에도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은행이 다른 가산금리를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금융소비자는 이런 은행보다는 금리가 낮은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은행들의 금리 경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은행의 교육세 전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치권이 은행의 교육세 전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공약으로 '가산금리 산정 시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부당 전가하고 있는 항목을 제외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은행의 교육세 전가 논란, 이번에는 바로잡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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