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전기차 성장 둔화에 위기 맞은 K배터리, 전고체·초급속 충전·CTP로 ‘보릿고개’ 돌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혁신 기술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이른바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을 겪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전기차 가격과 보조금 감축,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전기차 구매에 대한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리튬, 니켈 등 주요 메탈 가격이 낮아지면서 배터리 판매 가격도 하락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 넘게 급감한 157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국내 배터리사는 중장기적인 시장 성장성은 크다고 보고 일시적인 업황 침체의 시기에도 혁신 기술을 개발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혁신 기술 잇달아 선보여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이 작고 주행거리가 길어 전기차 배터리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며 업계 최고의 에너지 밀도인 900와트시리터(Wh/ℓ)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삼성SDI가 현재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P5)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40%가량 높다.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혁신적인 무음극 기술을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여 양극재를 추가함으로써 업계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신설된 ASB사업화추진팀을 중심으로 SDI연구소 S라인에서 샘플을 생산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의 2029년 양산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소재의 내구성 강화를 통해 배터리 수명을 현재 수준에서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초급속 충전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졌다. SK온은 ‘어드밴스드 SF(급속충전) 배터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SF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9% 높으면서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가 같다면 기존 SF 배터리보다 급속충전 성능이 약 18% 개선된 셈이다. 이 배터리는 기아 EV9에 탑재됐다. 1회 충전 시최대 501㎞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충전 시간을 15분으로 단축하고 에너지 밀도도 늘린 SF+ 배터리도 공개됐다. SK온은 급속충전 기술 청사진도 발표했다. 오는 2030년 5분 충전에 300㎞ 주행이 가능한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인터배터리 콘퍼런스에서 “2년 전에 7분 급속충전 기술도 개발했지만, 현재의 급속충전 인프라 상황에서 상용화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출시하지 않고 있다”며 “5분 충전으로 300㎞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SDI는 업계 최초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셀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리튬이온의 이동경로를 최적화하고 저항을 감소시켜 9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기존 P5 배터리 대비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셀을 묶는 모듈 없이 곧바로 팩으로 조립하는 셀투팩(CTP) 기술도 공개됐다. 셀투팩 기술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첨단 팩 디자인이다.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비용을 절감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업체인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는 셀투팩 방식을 활용해 무겁고 부피가 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단점을 상쇄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셀투팩을 공개했다. 실제와 유사한 크기로 제작된 자동차 목업(Mock-up)에 셀투팩 적용 배터리를 장착해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파우치형 셀투팩은 파우치 셀의 가벼운 무게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팩 강성을 높이고 검증된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팩을 구성하는 부품을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해 제원가를 절감,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셀투팩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부품 개수를 35% 이상 줄이고 무게도 20% 줄여 동일한 부피에서 고에너지 밀도와 혁신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이 밖에도 배터리 3사는 다양한 신기술을 공개했다. SK온은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삼성SDI는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충격이 가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열과 가스를 각형 배터리의 장점인 벤트(배출구)로 빠르게 배출해 배터리 간의 열 전파를 최소화하는 열 확산 방지 기술을 공개했다.

매일경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관리 토털 솔루션 (BMTS·Battery Management Total Solution)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 토털 솔루션은 기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더욱 고도화한 개념이다. BMS 서비스를 비롯해 배터리별 특화된 안전 진단과 상태 추정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미래형 모빌리티(SDV)에 적합한 솔루션까지 배터리 전 생애주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기차 배터리 종합진단 서비스 비-라이프케어(B-Lifecare) 등 신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독립 기업 에이블(AVEL)은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 관리 사업을, 쿠루(KooRoo)는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경제

‘2024 인터배터리(INTER BATTERY)’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셀투팩(Cell To Pack) 콘셉트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 플랫폼이 전시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사 CEO “속도 조절 없다”
매일경제

SK온이 공개한 어드밴스드 SF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9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터리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전기차 업황 둔화에도 속도 조절 없이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 방문한 이석희 SK온 사장은 “미국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고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켄터키 2공장은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고, 공장 가동은 시황을 봐서 탄력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 총괄은 “캐즘 상황이지만 아직 (양극재) 주문이 줄고 있지 않다”며 “(양극재, 음극재) 투자는 2~3년 후를 위한 것이며 수주받은 것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양극재를 공급한다.

LFP 배터리 양산 준비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장은 “LFP 배터리는 중저가 자동차를 대상으로 시장이 일정 부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부적으로 개발이 완료됐고 고객과 구체적인 협의가 끝나면 2026년쯤 양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현재 중국 업체의 LFP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점에 대해 “시장이 블록화되고 있어 북미 지역을 고려하면 한국 회사들이 충분히 경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LFP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26년”이라고 밝혔다.

각 사 경영진은 신제품 개발 현황도 밝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완성차업체와 셀투팩 배터리 공급을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블레이어나 실리콘 음극재를 활용해 급속충전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에 대해 “양산 준비는 됐고 내년 초면 충분히 양산할 수 있다”며 “고객에 따라 양산 시기를 조절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총회 참석 전 ‘테슬라 배터리’로 알려진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제품을 이르면 오는 8월 양산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고객사들과 46파이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배터리 3사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은 일시적이며 북미 시장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돌입하는 때 선제적 진입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오히려 압도적인 기술 리더십과 역량을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1·2·3공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혼다·스텔란티스 등과 함께 합작공장을 운영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미시간주에서는 단독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테네시 얼티엄셀즈 2공장이 본격 가동했고, 원통형 46시리즈와 LFP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을 위한 애리조나 단독공장 본격 착공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삼성SDI가 ‘IAA 모빌리티 2023’ 부스에 전시한 전고체 배터리 샘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제1·2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GM과의 합작공장도 준비하고 있다. 최 사장은 3월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 만큼 합작법인을 더 확대하고 단독공장 설립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조지아에서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2025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SK온은 현재 가동 중인 조지아 단독공장을 포함해 포드, 현대차그룹과 함께 각각 건설중인 합작공장이 완공되면 북미에서만 18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정유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