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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후플레이션의 습격] ‘금사과’·‘금대파’ 원흉 기후인플레이션…실물경제도 안심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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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 전 세계 농산물 작황 부진 심화

-韓 신선식품·신선과실 가격 고공행진 지속

-"평균 기온 및 강수량 이상 증가 시 GRDP 성장 줄어들 수도"

기후변화로 농산물 등의 생산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산지의 극한 날씨로 작황이 부진해져 공급이 감소한 탓이 크다. 기후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식탁 물가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생산활동을 제약해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거란 분석이 나온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과일과 채솟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1%나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신선과실은 38.7%나 뛰었다. 특히 사과는 80.8%, 배는 102.9%나 급등했다. 배 가격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신선채소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2.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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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가 뛰는 건 저장량과 출하량이 제한된 탓도 있지만, 기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점과도 연관 깊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신선과실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5.8~41.2%에 육박했는데, 이는 집중호우와 폭염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따른 측면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폭염’ 보고서에서 “한국의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평균 최고기온도 상승 추세인데, 이에 따라 농작물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적·물적 취약성, 수급 안정, 제도 및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농업 분야의 폭염 피해 대비와 대응책을 다시 점검하고 치밀한 중장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한 예로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최근 60%가량 뛰었다. 주산지인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인해 2023∼2024시즌 커피 생산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했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 가뭄 때문에 글로벌 가격이 치솟았다. AP는 환경 전문 저널인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된 보고서를 인용해 “오는 2060년까지 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부분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세계 식량 가격은 매년 2.2~4.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인플레이션이 1.1~2.2%포인트 상승하는 걸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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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커피 열매 사진.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로부스타 커피의 가격은 1년 새 60%가량 뛰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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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기후변화의 만성 물리적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연 총강수량이 1㎜ 증가할 경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은 2.54% 감소한다”면서 “산업별로는 실외에 노출된 생산활동이 많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상당히 받는 건설업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제조업, 그리고 금융 및 보험업 등에서 실질부가가치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레오니 웬츠 박사팀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49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 소득 감소 규모가 20%에 육박할 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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