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전 세계 농산물 작황 부진 심화
-韓 신선식품·신선과실 가격 고공행진 지속
-"평균 기온 및 강수량 이상 증가 시 GRDP 성장 줄어들 수도"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년=100)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과일과 채솟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1%나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신선과실은 38.7%나 뛰었다. 특히 사과는 80.8%, 배는 102.9%나 급등했다. 배 가격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5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신선채소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2.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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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가 뛰는 건 저장량과 출하량이 제한된 탓도 있지만, 기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점과도 연관 깊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신선과실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5.8~41.2%에 육박했는데, 이는 집중호우와 폭염 등에 따른 수급 불안에 따른 측면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위기와 농업·농촌의 대응-폭염’ 보고서에서 “한국의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평균 최고기온도 상승 추세인데, 이에 따라 농작물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적·물적 취약성, 수급 안정, 제도 및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농업 분야의 폭염 피해 대비와 대응책을 다시 점검하고 치밀한 중장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한 예로 로부스타 커피는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최근 60%가량 뛰었다. 주산지인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인해 2023∼2024시즌 커피 생산이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로 급등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생산이 급감했다. 올리브유는 세계 최대 생산국 스페인 가뭄 때문에 글로벌 가격이 치솟았다. AP는 환경 전문 저널인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된 보고서를 인용해 “오는 2060년까지 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부분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세계 식량 가격은 매년 2.2~4.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인플레이션이 1.1~2.2%포인트 상승하는 걸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커피 열매 사진. 극심한 가뭄의 영향으로 로부스타 커피의 가격은 1년 새 60%가량 뛰었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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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기후변화의 만성 물리적 리스크가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연 총강수량이 1㎜ 증가할 경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은 2.54% 감소한다”면서 “산업별로는 실외에 노출된 생산활동이 많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상당히 받는 건설업과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제조업, 그리고 금융 및 보험업 등에서 실질부가가치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밖에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레오니 웬츠 박사팀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오는 2049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 소득 감소 규모가 20%에 육박할 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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