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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국내외 가리지 않고 반도체주 관심, 업황 좋아질 땐 대형주보다 소부장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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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에서는 선택지가 많다. 미국, 일본, 한국 등 국가별 선택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선택할지 소재·부품·장비와 같은 중형주를 선택할지다. 소부장 중에서도 전공정을 택할지 후공정을 택할지도 선택지다.


매일경제

AI가 산업생태계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가동시키는 핵심엔진인 반도체는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해부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반도체주들의 상승이 시작되었으며 미국의 반도체회사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1년간 57%(4월 15일 기준) 상승했다. 한국의 KRX반도체 지수도 1년 상승률이 52%다. 반도체주가 시총 비중이 커짐에 따라 나스닥, 코스피, 코스닥을 이끌고 가면서 반도체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최소한 지수를 따라가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반도체 투자에서는 선택지가 많다. 미국, 일본, 한국 등 국가별 선택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선택할지 소재·부품·장비와 같은 중형주를 선택할지다. 소부장 중에서도 전공정을 택할지 후공정을 택할지도 선택지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도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업황 따라 롤러코스터 탄 메모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라 가격 변동폭이 크다. 이 때문에 제품단가 향방이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우호적인 시장 업황을 예상해서 생산을 늘렸다가 재고가 예상보다 늘어나면 단가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늘어나면 향후 수요가 반등하더라도 재고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오르는 시점도 늦춰진다. 따라서 수요 변화보다 가격 반등은 늦게 일어나고, 반도체 업황 반등이 시작되면 파운드리 기업들의 이익이 먼저 늘어나고 주가도 상승한다. 그 이후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와 주가 반등이 뒤이어 발생한다.

올 초부터 엔비디아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밸류체인에 있던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주가가 먼저 움직였고 그 후 3월 19일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연례개발자 콘퍼런스 ‘GTC24’에서 삼성전자의 HBM3E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발언에 본격적인 상승이 시작됐다.

곽병렬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모멘텀이 이익에 반영되는 속도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순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황 사이클의 상승 국면에선 수급 등 여러 요인으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상승 속도가 가파를 수 밖에 없다. 반도체 ETF인 ‘SOL AI 반도체소부장’은 3개월 수익률 22.4%, 6개월 44%(4월 11일 기준)로 반도체 ETF 중에서도 매우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형주를 빼고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HPSP, 한솔케미칼, 동진쎄미켐 등 주가 상승률이 높은 소부장주만 담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소부장 중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구분보다는 전공정과 후공정의 구분이 더 중요해졌다. HBM 수혜는 주로 테스트공정과 어셈블리공정의 서플라이 체인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공정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레이저다이싱 업체 이오테크닉스, 본딩 공정의 한미반도체, 피에스케이홀딩스 주가가 지난해 크게 상승했다.

다만 올해에는 전공정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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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공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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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정 업체들의 주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와 동행해왔다. 일반 메모리 업황이 상승 사이클로 진입하고 그 이후에 메모리 업체들은 수요 대응을 위한 선제적인 자본적지출(Capex)을 집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의 기대감에 따라서 메모리 업사이클에는 자본지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전공정 장비사들의 주가 추이는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HBM 수요 증가는 결국 전공정 투자와 연결되어 있다. 이희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4년 자본적지출은 주로 신규 증설보다 전환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일 것이기에 D램 테크 마이그레이션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전공정 업체를 선호한다”며 “ HBM 수요 증가에 따른 캐파 상향이 결국 전공정 전환투자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본적지출이 실제로 증가하고 장비사의 수주실적이늘어나는 구간에서 주가는 고점을 형성해왔다. 아직 자본적지출 상승에 대한 가시성은 낮지만, 일반 메모리 업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이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상향에 따른 시설투자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유진테크는 증착 장비 관련주로 칩 메이커들의 설비 투자 축소 분위기에서도 삼성전자의 전환 투자물량 공급을 계속해왔다. 높은 기술력으로 마이그레이션 투자 시 가장 먼저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더구나 반도체 전공정은 업황 사이클에 따라 부침이 심한 편이지만 반도체 공정 중 소재 부분은 부품, 장비에 비해 이익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 장기 투자하기 편안한 종목들이 많다. 꾸준한 주문 물량이 나오며 반도체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에 따라 제품 역시 다변화되는 경향이 있다. 전방산업의 반도체 출하량이 증가하면 제품 공급량도 꾸준히 증가하며 해자 구축이 유리한 점이 있다.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가격을 낮추면 신규 공급자가 시장에 쉽게 진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전공정 소재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가동률과 CAPEX 투자에 매출이 연동되고 있다. 짧은 리드 타임으로 업사이클에선 장비사에 비해 실적 개선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한국의 TIGER7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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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차증권은 미국의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구글, 테슬라), 일본의 사무라이7(도쿄일렉트론,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디스코, 토요타, 스바루, 미쓰비시상사)처럼 실적과 주가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반도체주를 ‘Tiger7’이라 칭하며 관련 업체들을 선정했다. 타이거7의 선정 기준은 시총 5000억원 이상, 지난 12개월 동안 주가 상승률과 평균 대비 실적 성장성이 높은 업체들이다. 이러한 기준을 통해 한미반도체, HPSP, 디아이티, 에스앤에스텍, 리노공업, 가온칩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를 선정했는데 전공정 장비, 후공정 테스트, 팹리스 등 여러 부문의 반도체주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해외 주식들보다 적은 편이다. 타이거7의 12개월 선행 포워드 주가이익비율(PER)은 평균 28.6배로 M7의 30배나 사무라이7의 38.5배 대비 상승 여력이 있다.

한미반도체는 TSMC와의 새로운 동맹 움직임이 미국 내에서 확장되고 있으며, ‘메이드인유에스에이(Made In USA)’ AI 칩을 확보하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의지에 따라 ‘온쇼어링(On-Shoring)’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미반도체 HBM 관련 장비들의 수주 모멘텀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체들의 어드밴스드패키징(Advanced Packaging) 수요 증가로 인한 본딩 장비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한미반도체의 수혜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아이티는 메모리반도체 웨이퍼 수율을 향상시키는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2019년부터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개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웨이퍼 박막화와 HBM 고단화에 따른 수율 개선을 위해 레이저 어닐링 수요가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EUV 레이어 수 증가에 따른 지속적 수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내 어드밴스드패키징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관련 장비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 고객사로의 확장 가능성 등으로 수주 모멘텀은 확대될 것으로 현대차증권은 전망했다.

에스앤에스텍은 신규 블랭크 마스크에 적용 확대가 기대되고 있어 본업인 레거시향 블랭크 마스크 쇼티지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EUV 밸류체인에서의 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현대차증권은 분석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리노공업은 테스트 소켓 장비주로 파운드리의 고집적화에 따라 테스트에 쓰이는 소켓도 크기가 미세해지는데, 그에 따른 내구성이 약해져서 더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가온칩스는 지난 2월 해외 첫 고객사로부터 AI 반도체 수주를 받았으며,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하우스 중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유일한 기업으로, 일본 시장에서 수혜 가능성이 높다. 팹리스들이 삼성 파운드리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위해서는 레이아웃 검증 등의 설계를 거쳐야 하는데, 가온칩스는 디자인하우스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기존 코모디티(Commodity) IP와 통합 IP 제공업체 외에 AI 및 데이터센터를 구현하기 위한 맞춤형(Customized)IP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회사다.

코스닥 시총 8위이자 전공정 분야의 HPSP는 지난 2015년부터 글로벌 반도체 연구소인 IMEC과 함께 고압 어닐링 공정을 다양한 소자에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HPSP의 고압어닐링은 IMEC의 핵심 파트너사들인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제조 공정에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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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SP와 아이멕은 고압어닐링공정(HPA) 및 고압산화공정(HPO)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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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주를 선택한다면 메모리가 주된 투자대상이 되지만 비메모리도 DB하이텍(파운드리)이나 다수의 팹리스 종목이 있다.

팹리스 회사로는 텔레칩스와 그 자회사 칩스앤미디어 외 아나패스, 가온칩스 등을 들 수 있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칩의 다품종화 맞춤생산 때문에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분업화가 이뤄진다. 파운드리는 수주를 받아 정해진 부분의 칩을 제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고자산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편이다. 팹리스 기업들은 칩을 개발할 때부터 전방 업체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하고 칩 설계 후 파운드리에 제조를 의뢰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 리스크도 크지 않다. 반면 메모리반도체는 소수 업체가 과점 구조에서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는다. 삼성전자 같은 메모리반도체 업체는 시장 예측부터 시작해 제품 개발, 생산, 판매, 유통까지 모두 본인 책임하에 시작한다. 시장 예측이 실패하면 막대한 재고 부담을 안게 된다.

[김제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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