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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주주도, 직원도 불법 고리대금업…부동산 신탁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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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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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부동산 신탁회사의 민낯이 드러났다. 최대주주와 직원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접 관여하며 시행사로부터 초고금리 이자와 금품을 받아 챙기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 등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금융감독 당국의 전면적인 검사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7일 한국자산신탁(한자신)과 한국토지신탁(한토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동산 신탁사는 부동산 소유자(시행사 및 수분양자 등)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아 수탁 재산의 관리·처분·운용·개발 등을 담당하는 금융회사다. 국내 부동산 신탁사는 모두 14개로, 한자신과 한토신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개발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규모가 가장 큰 곳들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한자신과 한토신을 상대로 테마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신탁사 검사를 통해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 행위를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검사 결과, 회사의 최대주주 개인과 친인척, 계열사 등이 시행사에 토지 매입자금 등의 명목으로 20여회에 걸쳐 1900억원가량을 빌려주고 연 18%에 달하는 이자 약 150억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사 지배주주가 업무 연관성 있는 사업장을 상대로 불법 고리대금업을 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대여금 이자와 별도로 시행사 개발 이익의 45%를 나눠 받기로 하고, 빌려준 자금은 자기네 신탁사에 맡겨 관리하게 했다.

신탁사 직원들도 개인 명의 회사를 차려 시행사 등에 25억원 남짓을 금리 연 100%를 적용해 빌려줬다. 또 신탁사의 최대주주와 임원 및 직원들은 부동산 개발 사업장의 분양 대행업체 등으로부터 45억원 규모의 금품과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아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부동산자산 수탁관리가 주 업무인 이 신탁사는 분양 대행사들을 협력업체로 등록해 놓고 이권이 보장되는 대행사 선정에 입김을 행사하며 대가성 자금을 받은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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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탁사의 재건축사업 담당직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해 아파트·빌라 등을 사서 1명당 수억원의 개발 이익을 얻었다. 신탁사 최대주주의 자녀가 시행하는 800여실 규모 오피스텔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직원 40여명을 동원해 허위 분양계약을 맺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거짓으로 분양률을 올리고 허위 중도금 대출을 일으켜 금융사로부터 시공비를 조달한 셈이다.

금감원은 해당 신탁사의 최대주주와 임직원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사기·사금융 알선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책임준공형 토지 신탁(신탁사가 준공 책임을 지는 것) 등을 주로 하는 다른 신탁사 등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불법 혐의가 확정된 최대주주는 금융당국의 2년 단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해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자산신탁 최대주주는 국내 최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회사)인 엠디엠(MDM)으로,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이 53.6%다.

이번 검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검사 대상이 2곳에 불과했던 데다, 신탁사에 적용되는 법령이 금융 관련 법, 부동산투자회사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으로 제각각인 까닭에 관리·감독 업무도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올해 초 사기·횡령 등 혐의로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다인건설이 시행한 경남 양산시 ‘다인로얄팰리스 1·2차’ 수분양자 및 허위 대출 피해자 등은 “분양 대금을 관리하는 ㅋ신탁의 수백억원대 자금 부실 인출로 대규모 건설 자금이 증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금 집행 증빙 없이 주먹구구로 시행사에 돈을 내줘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ㅁ신탁의 한 직원은 경기 남양주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의 업무 대행사에 차명으로 개인 돈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돈줄을 틀어쥔 신탁사 임직원들의 위법·불법 등 일탈도 만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파트너변호사는 “부동산 신탁사의 자금 부실 인출은 관리 책임에 소홀한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며 “신탁사의 관리·감독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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