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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라인야후' 외교문제화에 日정부도 당혹..."韓 투자촉진 입장 변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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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무성이 최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인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사실이 한·일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일본 정부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총무성의 행정지도 내용은 안전 관리 강화와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 등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지도의 주요 목적이 기업의 지분 조정을 압박하는 게 아닌 '보안 조치 강화'에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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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인 '라인야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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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장관은 이날 "총무성의 라인야후 행정지도에 대해 한국에서 차별적 조치라거나 한국 기업을 쫓아내려 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오고, 한국 정부도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하야시 장관이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야시 장관은 이어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에는 여러 방책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의 기업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위탁처 관리가 적절하게 기능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총무성도 행정지도 내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당국자를 통해 행정지도 조치는 지분 매각 요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카무라 도모히로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행정지도의 목적은 적절한 위탁 관리를 위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자본(관계)의 재검토를 특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 서버 공격으로 라인야후 이용자 정보 약 51만건이 유출되자 일본 총무성이 올해 들어 두 차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정보 유출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총무성이 행정지도를 내리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행정지도가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이어졌고, 내용에서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자본 관계 재검토"를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의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는 네이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실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보유한 라인야후 주식을 일부 매입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인수해 독자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차별인 동시에 양국 투자 기업에 대해 서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로 규정한 '한·일 투자협정'(2003년)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외교부도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며 "필요 시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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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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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서둘러 해명에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외교 분쟁화하면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일본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야시 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일본 투자를 촉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할 것도 없이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일본과 한국 정부 간에는 평소에도 다양한 분야, 안건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 본건에서도 필요에 따라 한국 정부에 정중하게 설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도 이 문제가 한·일 외교적 문제로 확대되는 데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집중하며 라인야후가 7월까지 제출하기로 한 대책안을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네이버가 2011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라인은 동일본대지진을 거치며 크게 성장해 현재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용하는 일본인이 약 96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2019년 야후 재팬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각각 50%씩 출자해 A홀딩스를 만들어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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