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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우보세]수수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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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GA(보험대리점) 채널 설계사를 통한 보험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CSM(보험서비스마진)에 유리한 상품을 팔면서 경쟁이 격화하는데 올해 초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로 한차례 전쟁을 치렀다면 이번엔 수수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수료 경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동안 소극적이던 대형사가 뛰어들면서 시장 흔들림의 강도가 크다는 것이 차이다. 보험판매 수수료는 '1200% 룰'이 있어 1년 이내 지급수수료는 보험료의 12배 이하로 제한하지만 1년이 넘어가는 13회차 유지 시엔 높은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다. A사가 수수료를 1600~1700%로 올리면 B사와 C사도 이어 수수료를 높여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대응한다.

대형사들이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자 GA 채널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들도 동참하거나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한다. 한 GA 소속 설계사는 "상품 차이가 크게 없다면 수수료가 높은 상품으로 설계사들이 우르르 몰린다"면서 "중소형사도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높인다"고 했다. 일부 대형사는 설계 매니저 인력도 빠르게 늘린다. 수수료라는 금전적인 물량 공세와 함께 설계사의 상품판매를 도와주는 매니저를 늘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설계매니저에게도 보험설계사처럼 수수료를 준다.

일부 보험사는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동참하면서도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수수료를 높이면 사업비 부담이 늘고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익성 악화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무엇보다 불완전판매와 부당환승 계약도 더 빈번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GA간 인력 이동이 활발하고 소속을 바꾼 설계사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보유고객에게 새 상품으로 갈아타길 권유하기 때문이다. 일부 GA는 보험료 납입 25회차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는 등 장치를 마련한 곳도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도 수수료 경쟁의 문제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를 보험업권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로 판단했다. 또 IFRS17 회계제도 이후 도입 취지와 달리 단기과당 경쟁 격화도 우려되는 점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은 7일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를 처음으로 열어 연말까지 관련해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긴급과제는 이와 별도로 시행하는 등 속도를 낼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수수료 경쟁은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험판매채널로 GA 영향력이 확대되지만 내부통제와 판매관리체계 등 시스템이 부재하면 GA채널은 지속될 수 없다. 보험사와 GA업계는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강화에 앞서 자정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절차를 통해 상품을 팔고 고객을 관리할 필요성도 높아진다. 보험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이지만 판매방식과 관리문제로 인해 보험업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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