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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폰지사기 논란’ 월드코인, 韓서 홍채 등록 재개… 7일 연속 오르며 37%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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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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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개발자인 샘 올트먼이 발행하는 가상자산으로 화제가 됐던 월드코인이 최근 국내에서 홍채 등록 서비스를 재개했다. 월드코인 발행사는 홍채를 등록한 사람에게 무상으로 코인을 줬는데, 이를 두고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2월 말부터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8일 가상자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월드코인은 이달 초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역삼동, 성수동, 을지로, 용산,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지역 6곳에 홍채 인식 기구인 ‘오브(Orb)’를 설치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홍채 등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브를 통해 등록된 개인의 홍채는 데이터로 남겨지고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실제 사람의 홍채로 확인되면 ‘월드ID’가 생성되고 이 ID로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이 만들어진다. 홍채를 등록한 사람은 월드코인 10개를 무상으로 받게 되며, 개인별 월드 앱에는 2주에 한 번씩 월드코인 3개가 계속 지급된다.

한동안 조정을 받았던 월드코인 가격도 국내에서 홍채 등록 서비스가 재개됐다는 소식과 함께 반등했다. 전날 오후 4시 기준 월드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2% 오른 8640원에 거래됐다. 이달 들어 7일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6300원에 거래가 됐던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37% 오른 수치다.

문제는 월드코인이 지난해 7월 첫선을 보인 직후부터 줄곧 여러 논란의 대상이 됐던 가상자산이라는 점이다. 결제나 탁월한 보안 기능 등을 갖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달리 월드코인은 별다른 쓰임새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에서 월드코인 가격은 지난 2월 초 3000원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1만2000원으로 4배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를 두고도 코인 자체의 기능보다 발행자인 샘 올트먼의 유명세와 AI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월드코인의 수익 창출 방식이 사실상 ‘폰지사기’에 해당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샘 올트먼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AI 시대에 인류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기 위해 월드코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껏 월드코인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쉽게 말해 월드코인 투자자가 늘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되팔아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금융 시장에서는 사실상 남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려는 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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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인에서 홍채 정보를 등록할 때 사용하는 기기 오브. /월드코인 X(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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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인 프로젝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홍채 인증에 따른 개인정보 악용 위험이다. 실제로 미국은 등록된 개인의 홍채가 어떤 식으로 쓰일지 알 수 없고, 해킹 등의 위협에도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월드코인의 거래와 홍채 등록을 금지했다. 프랑스와 인도, 홍콩, 브라질 등 여러 국가도 같은 이유로 월드코인의 홍채 등록 서비스를 막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월드코인의 홍채 등록 서비스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 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홍채 등록에 대한 민원과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월 29일 월드코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별다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월드코인의 거래 역시 빗썸과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를 통해 계속 이뤄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는 언제 결론이 나올지 윤곽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월드코인 발행사가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수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 일각에서는 월드코인이 이미 여러 국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른 시일 안에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월드코인 측이 2개월 만에 슬그머니 홍채 등록 서비스를 재개한 것도 당국의 조사가 오랜 기간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코인 가격은 홍채 인증이 재개되면서 또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조사가 길어질수록 거품이 커지고, 가격이 급락할 경우 피해를 보는 투자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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