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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첫 돌 맞은 카뱅 '덕질통장'…2030 팬심 쐈다 [1mm금융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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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35·여)는 지난달 말 보이그룹 '세븐틴'의 컴백 이후 저축에 속도가 붙었다. TV· 유튜브 등으로 무대를 볼 때마다 1000원씩부터, 드물지만 조공한 액세서리나 옷을 착용할 경우면 5만원까지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에 저축한다. 차후 진행될 해외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한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다.

#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방탄소년단(BTS) 팬 김모씨(40·여)는 멤버들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셀카를 찍어 올릴 때마다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에 1000원을 입금한다.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BTS 멤버 슈가의 단독콘서트에도 참석했던 그는 추후 열릴 콘서트를 대비해 저축하고 있다. 아낀다고 해도 항공료 등 최소한의 비용 역시 상당해서다.

일명 '덕질통장'으로 불리는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이 출시 1주년을 넘어 순항하고 있다. 첫 번째 서비스로 아이돌 팬덤 등을 겨냥해 '최애적금형 기록'을 내놓은 가운데, 현재까지 서비스 이용고객의 약 93%가 팬덤의 주력을 이루는 20·30·40대로 구성되는 등 팬심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기록통장 이용고객의 연령별 구성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20대는 48.4%, 30대 26.5%, 40대 18.2%, 50대 이상 6.9%인 것으로 집계됐다. 팬덤 문화의 주 소비층인 20·30·40대 이용고객 비중이 93.1%에 달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선보인 기록통장은 모으기 규칙을 미리 설정해 저축하고, 저축 때마다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그중 최애적금형 기록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특정한 행동을 할 때마다 자신만의 규칙을 통해 사진 등 기록과 함께 일정 금액을 저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름은 최애적금이지만, 실제로는 적금이 아닌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으로 연 2.0%의 금리를 제공한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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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년이 지나면서 이 서비스는 팬덤 문화와 함께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기록통장의 입금 규칙을 분석해보면 인스타그램·버블·라방(라이브방송)·음방(음악방송) 등 아이돌 팬덤과 관련한 키워드들이 주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저축 개념이 아니라 사진이나 움직이는 사진(GIF파일) 등으로 계좌를 직접 꾸밀 수 있다는 점, 저축 규칙 설정으로 간단히 예금할 수 있단 점 등이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이용 고객과 카카오뱅크 모두 나름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앞선 두 사례처럼 해외콘서트에 참석하려고 하면 항공료(왕복)는 물론 식비, 체재비, 숙박비 등 목돈이 필요하지만, 기존 예·적금의 경우 만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긴급출금이나 중도해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통예금 상품이지만 연 2.0%의 금리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카카오뱅크로서도 상당한 모객효과를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기록통장 가입 고객의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횟수는 일반 고객의 약 4배에 이른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로선 은행 가치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앱 트래픽·활동성 부문에서 큰 득을 보고 있단 얘기다.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4사(하이브·SM·JYP·YG) 소속 아이돌의 팬덤 규모는 약 3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뱅크 측은 "최근 들어선 '덕질' 뿐 아니라 가족, 반려동물, 더 나아가선 운동이나 공부 등 개인적 목표나 감정을 위해서 최애적금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하며 사용하는 저축을 콘셉트로 하는 기록통장의 취지를 잘 살린 활용 행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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