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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장애인 위한 특별 가전? 일반인과 같은 제품 쓰고 싶어요” 요청에 LG가 만든 ‘선물’ [히든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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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컴포트 키트’ 개발 스토리 뒷이야기

몸 불편해도 쉽게 가전 쓰도록 디자인

구광모 회장, 조주완 CEO 전폭적 지지

LG어워즈 수상, 국립재활원과 협업도

헤럴드경제

‘LG 컴포트 키트’ 개발 및 출시를 함께 한 공희원(왼쪽) LG전자 H&A상품기획담당 책임과 김혜원(오른쪽)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세탁기와 건조기 등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이지볼과 이지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탁기나 건조기 다이얼에 끼우는 이지볼은 근력이 약하거나 몸이 불편한 고객이 쉽게 다이얼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지핸들은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도어를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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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금까지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한 가전은 아예 외형 디자인이 다르거나 그들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제품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LG전자가 출시한 ‘LG 컴포트 키트’는 일반 가전에 부속품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발상의 전환’을 이뤘다.

담당자들은 LG전자 구성원 전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기획부터 출시까지 빠른 시간 안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나 손쉽게 가전을 쓰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제품화까지 성공한 ‘LG 컴포트 키트’의 탄생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7일 LG트윈타워에서 만난 김혜원 H&A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LG 컴포트 키트의 초기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함께한 ‘산 증인’이다. 그는 “ESG 차원에서 매년 유니버셜 디자인을 해왔는데, 왜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는지 고민했다”며 “이번에는 처음부터 ‘제품화’와 ‘출시’를 목표로 세우고 나니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니즈가 보였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전부터 사용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기존의 ‘유니버셜 디자인’이 제품 외형 자체를 바꾸거나 음성인식·점자스티커를 적용하는 수준이었다면, LG 컴포트 키트는 별도의 제품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이전에는 제품 자체를 바꾸는 유니버셜 디자인을 생각했는데 장애인 자문단으로부터 의견을 받아보니 장애인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이 아니라 일반 고객과 똑같은 제품을 쓰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그렇다면 기존 LG전자 제품에 키트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여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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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손쉽게 가전을 사용하도록 돕는 ‘LG 컴포트 키트’. (사진 왼쪽부터) LG 컴포트 키트가 적용된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냉장고, 식기세척기, 에어컨 리모컨(오른쪽 위).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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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컴포트 키트’ 사용 예시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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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컴포트 키트는 ▷‘이지핸들’ ▷ ‘이지볼’ ▷ ‘이지행어’ ▷‘에어컨 리모컨 커버’ 등 총 7종으로 출시됐다. 일례로 이지핸들을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에 부착하면 근력이 부족하거나 손 움직임이 섬세하지 않은 지체 장애 또는 사지 절단 고객도 쉽게 가전 문을 열 수 있다. 비장애인 이용자 역시 빨랫감이나 음식 등을 손에 들고 있을 때, 팔뚝을 이용해 도어를 열 수 있어 편리하다.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용 ‘이지행어’의 경우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스타일러 무빙 행어에 옷을 걸 수 있도록 한다.

LG 컴포트 키트는 기획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약 14개월 만인 올 3월부터 판매될 수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출시가 가능했던 건 LG전자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희원 H&A상품기획담당 책임은 “구광모 대표부터 조주완 CEO까지 모두가 저희 프로젝트에 엄청난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셨고, 첫 보고부터 마지막 시연까지 진심으로 공감하며 좋아해주셨다”며 “HR(인사)팀에서도 빠르게 개발팀을 꾸려주는 등 여러 사업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LG 컴포트 키트는 지난달 LG 어워즈를 수상했다. LG 어워즈는 제품과 기술, 서비스 분야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공유하는 LG 그룹 차원의 시상식으로 매년 상반기 열린다.

출시 과정에서 가장 우여곡절이 컸던 건 내구성과 안전성 등에 관한 부분이었다.

공 책임은 “가전에 부착해 사용하는 것이고, 이전까지 이런 제품이 나온 적이 없었다보니 안정성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컸고, 때문에 가전에 준하는 엄격한 인증을 컴포트 키트에도 적용해야 했다”며 “ESG 차원에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판매 가격을 정하는데도 고심이 많았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무료 배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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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컴포트 키트’ 개발 및 출시를 함께 한 공희원(왼쪽) LG전자 H&A상품기획담당 책임과 김혜원(오른쪽)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선임연구원이 LG전자 세탁기에 부착된 ‘이지핸들’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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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책임은 “마지막에 컴포트 키트를 판매하는 것이 맞냐를 두고 논의가 있었는데 무료 배포를 하려면 장애인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이윤을 남기지 않는 최소한의 가격만 받고 판매해서 누구나 컴포트 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컴포트 키트는 LG전자 베스트샵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하며, 스타일러 이지행어(3만5500원)을 제외하면 전부 1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LG전자는 차세대 컴포트 키트도 준비 중이다. 최근 국립재활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차세대 버전 공동 개발에 나섰다. 향후 B2B 분야나 해외 출시 등도 고려하고 있다.

공 책임은 “LG 컴포트 키트 출시 자료가 나오자 마자 서울재활병원에서 연락이 와 재활 코스 과정에서 키트를 활용하는 등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국립재활원과도 이번에 출시되지 못한 다른 가전 제품들에 부착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하는데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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