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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풀어야 할 과제 이어야 할 과제 : 21대 금배지 '마지막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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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202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여야는 민생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대 민생법안을, 국민의힘은 10대 민생법안을 내걸었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중요한 건 이 민생법안들이 처리된 과정을 돌아보면 임기 만료를 앞두고도 강대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모습이 왜 그토록 우려스러운지, 22대 국회의 모습은 또 어때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스쿠프가 21대 국회의 '마지막 한달', 풀어야 할 과제와 이어야 할 과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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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 임기가 29일 끝난다. 하지만 21대는 유종의 미보다는 갈등의 골만 키운 채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처리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기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영수회담 이후 갈등이 커져 버린 양상이다.

일부에선 이런 상황이 22대 국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한달, 과연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은 걸까.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민생에 가장 집중했던 시기를 떠올려 반추해봤다.

21대 국회가 민생을 가장 강조했던 시기는 아무래도 2022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다. 그해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22개 민생입법과제를 선정하고, 우선 처리할 7대 민생법안을 발표했다. 9월 25일에는 국민의힘도 '약자동행, 민생안전, 미래도약'을 3대 축으로 하는 10대 민생법안을 공개했다.

여야가 제시한 민생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 처리 실적만을 놓고 보면 낙제점은 면했다. 17개 중점 민생법안 가운데 11개(64.7%)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가결+대안반영 폐기). 나머지 6개(35.3%) 중 2개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부결됐고, 4개는 계류 중이다.

[※참고: 더불어민주당의 민생법안은 7개 중 고작 2개만 현실화했기에 성적표 자체는 국민의힘보다 나쁘다. 하지만 당별로 성적을 매기기는 곤란하다. 과반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없으면 국민의힘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어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성적표가 아니다. 양당의 민생법안 처리 과정과 그로 인한 결과들을 죽 펼쳐 놓으면 몇가지 특징들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21대 국회의 모습을 정의할 수도, 22대 국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나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 시사점➊ 대화와 협치의 부재 = 첫번째 시사점은 '대화와 협치의 중요성'이다. 여야간 대화가 사라지고, 대결만 남으면 민생이 어려워진다는 건 당연지사다.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막힌 게 대표적이다.

두 법안이 무조건 내 맘에 안 든다고 대화조차 해보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도 납득하기 힘들지만, 충분한 대화와 타협 없이 인원이 많다고 밀어붙이기만 했던 야당도 박수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극단적인 다수결보다는 대화와 협의에 있어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한달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재의요구권 행사로 인한 부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에서 '정치적 대립이 약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겠는가'란 지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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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점➋ 깔고 앉은 민생법안들 = 실제로 국회가 임기 만료 전에 통과시켜야 할 민생법안은 숱하다. 이는 우리가 따져봐야 할 두번째 시사점이다. 우선 기초연금을 기존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보자. 이 법안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두 내걸었던 공약이다. 양당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윤 정부가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올린다는 건데,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장기임대주택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장기공공임대주택 관리비 상승으로 주거취약계층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으니 국가가 이들에게 관리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끔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물가상승기엔 더없이 필요한 조치다. 양당이 이미 비슷한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여서 계류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정부의 반대로 소관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장기공공임대주택 세입자 중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주로 선별지원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정을 아껴 쓰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장기공공임대주택 세입자 기준을 충족한 만큼 선별과정이 또 필요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법의 시행 시기도 계속 늦추고 있다.

2022년 7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검토할 때는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자고 하더니, 2023년 7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개정안을 검토할 때는 2025년 1월 1일에 시행하자며 1년을 더 늦췄다.

양당이 마음만 먹으면 입법이 가능하지만 신경을 안 쓰고 있으니 시행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는 셈이다. 이런 민생법안만 챙겨도 21대 국회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은행이나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자 수취를 제한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자는 취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가계부채대책 3법 개정안(불법사채무효법+금리폭리방지법+신속회생추진법)도 곱씹어볼 만하다.

불법사채무효법(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은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리폭리방지법(은행법)은 은행이 이자율 산정방식과 근거를 이용자에게 제공ㆍ설명하도록 한 기존 대통령령을 법률로 상향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신속회생추진법(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이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서 누락이 발생하면 변제계획인가가 결정된 후라도 변제계획을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거다.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 탓에 본회의 상정조차 못했지만, 서민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법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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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점➌ 일하는 금배지들 = 세번째 시사점은 '그래도 국회는 돌아간다'는 거다. 아무리 여야가 물어 뜯으며 싸움을 벌인다고 해도 모든 국회의원이 그 싸움에 동참하는 건 아니다. 일부는 민생을 챙기기 위해 힘을 모은다. 국민의힘이 내건 10대 민생법안 중 9개가 현실화한 게 그 방증이다.

납품대금연동제 도입, 농촌 소멸 방지와 지역균형 발전 근거 마련, 아동수당 인상 근거 마련을 통한 육아부담 완화, 스토킹범죄 처벌 강화, 대면 편취의 보이스피싱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원 확대, 대학 인재 양성 역량 강화 지원, 1ㆍ2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재난 대비 체계 강화 등이다.

특히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개정을 통한 납품대금연동제의 도입은 여야가 모두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꼽은 덕에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납품대금연동제는 2008년부터 논의된 중소기업들의 숙원이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납품단가연동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와 여당의 입장도 바뀌었고, 민생법안에 포함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결국 중소기업들의 숙원은 14년 만인 2022년 12월 8일 풀렸다.

스토킹처벌법 개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개정안은 2022년 9월 서울 신당역 내 여자화장실 앞에서 발생한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스토킹범죄 처벌 강화를 외친 덕분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살 사건 이전에 이미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정치권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다가 사건이 터진 후에야 입법이 된 사례다.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국민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시사점➍ 현실 모르면 도루묵 = 네번째 시사점은 '국회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사실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민생에 곧바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은 민생법안에 소득세법을 개정해 출산ㆍ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를 기존 월 10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당초 정부는 자녀세액공제나 아동수당제도와 중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방침을 바꿨고, 결국 소득세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월 20만원까지는 출산ㆍ보육수당에 세금이 붙지 않도록 바뀌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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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도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출산ㆍ보육수당의 비과세 확대와 무관하게 지난해까진 월 10만원씩 연간 최대 12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발표된 2022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1인당 출산ㆍ보육수당 비과세 혜택은 67만9000원에 불과했다.

출산ㆍ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들이 월 10만원도 안 되는 출산ㆍ보육수당을 지급했다는 증거다.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정치인들끼리 앞장서서 비과세 혜택만 비현실적으로 늘려줬으니 필요도 없는 법을 만든 거다.

이처럼 21대 국회는 협력해서 민생을 챙긴 적도 있지만, 강대강 구도에선 엇박자를 내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21대 국회의 임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금배지들은 뭘 해야 할까. 거부가 뻔한 법안으로 남은 기간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하나의 민생이라도 더 챙겨야 할까. 22대 국회에서 21대 국회의 실수와 잘못을 반복해야 할까. 21대 국회를 반면교사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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