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21세기 피라미드’ 사우디 네옴시티, 공사 ‘첩첩산중’…좌초 불안 고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천문학적 비용 증가·기술 난관 직면
라인 1단계 건설, 16km서 2.4km로 대폭 축소
5000억 달러 공사비 추정치, 2조 달러 넘길 듯
전문가 “빈살만이 도박하고 있어”


이투데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라인 조감도. 출처 네옴시티 웹사이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세기 피라미드’로 불릴 만큼 초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가 온갖 어려움에 직면했다.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각종 기술 난관에 직면하면서 프로젝트가 좌초할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네옴시티를 대표하는 170km 길이에 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라인’ 프로젝트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애초 1단계에서 16km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2030년까지 약 2.4km 건설로 규모가 축소됐다. 다만 이 역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60개 이상을 짓는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네옴시티의 공식적인 비용 추정치는 5000억 달러다. 이는 사우디 국가 예산보다 50% 더 많고, 국부펀드 가치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임원들은 이 수치가 비현실적으로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1단계 2.4km 건설에만 1000억 달러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하며 완공 비용은 2조 달러(약 2728조 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이유로 라인 프로젝트에 상당한 민간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사우디 정부 자금 지원으로 건설되고 있다.

네옴시티 건설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9살이던 2015년부터 준비한 사업으로, 그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사우디를 글로벌 관광 허브로 탈바꿈하려는 야망을 내비치면서 네옴시티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투데이

사우디 라인 빌딩 길이 비교.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런던정치경제대(LSE)의 마다위 알-라시드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면 사우디 경제에 가시적인 도약이 일어나야 하지만, 지금까지 지출된 현금 대부분은 외국 컨설턴트와 건축가에게 지출됐다”며 “빈살만이 이곳에서 도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하급수적 비용 증가로 프로젝트를 궁지에 몰고 있는 궁극적 이유는 역시 기술 난관이다. WSJ는 “일반적으로 도시는 핵심에서 원형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며 “라인과 같은 대규모 선형 도시는 인간이 수천 년 간 도시를 개발한 방식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존 E. 페르난데스 건축학 교수는 “도시가 세워지고 성장하는 방식의 역사적 흐름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은 간단한 설계 변경도 쉽지 않다. 빈살만 왕세자가 2020년 프로젝트 공개 전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을 들며 라인의 서쪽 끝을 몇 km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170km에 달하는 전 구간에 걸쳐 설계를 약간 변경하면서 수개월의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땅을 파내는 초기 공사단계부터 온갖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최근 몇 주간 수천 대의 트럭과 굴착기가 네옴시티 공사현장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퍼냈다. 그러나 인부들이 홍해로 이어지는 수로를 파려고 계획한 지점에 모래를 버리면서 불필요한 작업을 다시 해야 했다.

애초 네옴시티를 탈탄소, 친환경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내걸었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이지 않다. 건설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800메가와트(MW)에 달하는 가스 발전소 2곳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1600피트 높이에 있는 유리로 인해 수십억 마리의 새들이 위험에 처한 점도 문제다. 건축 디자이너들은 조류 상당수가 죽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