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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무덤 주인 가슴에 놓여있던 청동 조각… 2000년 전 쓴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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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서면 덧널무덤에서 발견

“피장자, 상당한 권력가로 추정”

조선일보

덧널무덤 1호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조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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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무덤에서 나온 청동 조각의 정체가 밝혀졌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거울 ‘청백경’(淸白鏡)으로 추정된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주시 서면 사라리 124-2번지 일대에서 발견된 널무덤 2기와 덧널무덤 2기를 발굴 조사한 결과 청동기 및 삼국시대 생활 흔적을 파악했다고 8일 밝혔다. 덧널무덤 한 곳에서는 청동거울 조각과 나무로 된 칠기가 출토됐고, 옻칠한 나무 칼집에 철검을 끼운 형태의 ‘칠초철검’(漆鞘鐵劍)도 나왔다.

이중 청동거울 조각은 무덤에 묻힌 피장자의 가슴 부근에서 확인됐다. 복원한 거울의 지름은 17.5㎝에서 18㎝ 정도고 일부 마모된 흔적이 있었던 점을 볼 때, 피장자가 오랜 기간 소유하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각에는 ‘승지가’(承之可)라고 새긴 명문이 남아 있었는데, 국내외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에는 유사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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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거울 조각의 3차원 스캔 이미지(왼쪽)와 탁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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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라리 124-2번지 유적 내 덧널무덤 1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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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과거 일본 규슈 후쿠오카의 다테이와(立岩) 유적인 독널무덤에서 비슷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해당 무덤에서는 기원전 202년에서 기원후 8년까지에 해당하는 중국 전한시대 것으로 여겨지는 청백경이 출토됐고, 거기에서 ‘외승지가태’(外承之可兌)라는 명문이 확인된 바 있다. 청백경의 지름 역시 17㎝으로 경주 무덤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하다.

재단 측은 “전문가 자문 결과 명문과 글자 형태 등이 청백경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알려진 사례가 없는 청백경이 사라리 유적에서 처음 출토된 것”이라고 했다. 또 역사적 배경과 유물 성격 등을 봤을 때, 한나라 무제가 기원전 108년 동쪽 땅에 설치한 ‘낙랑’을 통해 청백경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밖에 무덤에서는 기원전 1세기경부터 확인되는 청동거울 ‘성운문경’(星雲文鏡) 조각과 옻칠 흔적이 남은 칠기류 등도 나왔다. 재단 측은 “피장자는 상당한 권력을 가졌던 인물로 판단된다”며 “기원전 1세기 당시 권력자의 존재를 입증하는 유물로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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