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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인숙의3A.M.] ‘데이터 보호주의’ 선두에 선 美·日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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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강한 저항 부딪혔던 ‘틱톡강제매각법’

개인정보 유출 빌미로 네이버 삼키려는 日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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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미국 의회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2025년 1월 19일까지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법안에 바로 서명했다.

틱톡은 7일 소송을 제기했다. “매각법이 모호한 국가 안보 우려를 근거로 헌법이 보장한 1억7000만명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예상된 수순이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실제 매각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도 변수다. 매각하게 된다 해도 틱톡의 덩치를 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보복할 수도 있다. 등등 복잡한 문제는 산적하다.

여기서 변하지 않을 유일한 점은 미국 ‘정부’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틱톡 강제매각법은 민주·공화당이 공동 발의해 하원을 352대 62로, 상원을 79대 18로 통과했다. 근래 찾아보기 힘든 초당적 지지다.

하지만 원래 이런 구상의 원작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는 걸 기억하는지. 4년 전 트럼프 정부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만들자 다들 기함했다. 정부가 자국민의 데이터 보호를 이유로 민간 기업을 강제로 매각하겠다는 구상이 ‘참신’했다. 거기다 미국 정부는 틱톡 사업권을 인수하려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브로커 역할을 자임했다. 협상의 대가 트럼프는 중개비도 요구했다. 일은 불발됐다. 법원도 제동을 걸었고, 인수자로 최종 낙점된 오라클은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자 협상을 중단했다.

4년 후 바이든 정부와 의회는 공적 ‘중국’에 맞서 트럼프보다 더 강력하게 틱톡 강제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바이든은 지난 2월 젊은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틱톡 계정을 만들었다. 정작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의 경쟁자 페이스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합리와 원칙이 있는 공적 존재가 아니다. 이익에 철저한 플레이어다.

한국 네이버도 틱톡과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2차례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가진 A홀딩스의 자회사로, 일본 메신저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메신저 라인 운영사다.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했다. 업계는 뒤에 라인야후의 지배구조를 바꿔 일본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일본 정부의 뜻으로 해석했다. 일본에 안착하기 위해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까지 하는 빅딜을 했건만, 네이버는 13년간 심혈로 키운 라인을 일본에 넘겨주게 생겼다. 일본 정부는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조사 협조를 요청하며 간을 보고 있다. 네이버와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일본 정부는 2021년 경제안보상을 신설하고 이듬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기술을 보호하는 경제안보법을 만들었다. 지난 2월 TSMC의 1공장이 구마모토에 문을 열었고, 2공장도 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보조금 약 10조원을 쏟아붓는다. 이런 정부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 2024년 기업의 뉴노멀이다. 정부의 규제 못지않게 지원금도 기업의 전략이 되어야 하는 시절이다.

틱톡은 압박이 가시화되기 전인 2018년부터 미국 정부 및 규제기관의 전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양당 전직 의원들, 민주당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홍보회사 등을 대거 고용하며 워싱턴·유럽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정부의 법안은 막지 못했지만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듯하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메이드인 호주를 위한 미래법안’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이 바뀌었고 정부 역할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구식 보호주의나 고립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경쟁이다.” 정부가 달라졌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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