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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아들 고발 취하" 은성수 13번 전화…'병역기피' 도운 병무청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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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감사원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사진)에 대해 아들 병역기피 관련 부정청탁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했다. 사진은 2020년 7월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3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은 전 위원장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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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장관급)의 청탁을 받고 그의 아들 은모씨(32)의 병역 기피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병무청 전·현직 직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원은 부정 청탁 혐의가 의심되는 은 전 위원장에 대해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송부했다. 현재 미국에 머무는 은모씨는 병역의무 기피 대상자로 지정돼 신상정보가 공개된 상태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2023년 공직비리 기동감찰’ 결과에 따르면 대학원 유학 목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미국에 머물던 은씨는 2021년 9월과 11월 미국 영주권 신청을 사유로 병무청에 국외 여행 연장허가를 신청했다. 당시 은씨는 병무청이 허용한 국외 여행 허가기간(2021년 9월)이 만료되기 두 달 전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다. 병무청은 “정당하지 않은 사유”라며 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했고, 그해 11월 20일까지 귀국을 고지했다. 그러나 은씨는 입국하지 않았고, 2021년 12월 은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은씨가 국외 여행 허가신청 불허 조치에 대해 병무청에 이의를 신청했고, 당시 퇴직한 지 세 달가량 지났던 은 전 위원장이 서울지방병무청 과장 A 씨에게 한 달여 간 13차례 전화해 “아들의 이의신청을 인용해주고 고발을 취하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은 전 위원장은 “아들이 고발을 당해 심리적 압박을 느껴 귀국하지 않고 있다”며 “고발을 취하해주면 귀국시켜 꼭 군에 입대시키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A과장은 핸드폰에 은 전 위원장을 ‘은성수 이주상담 은모씨 아버지’라고 저장까지 하며 각별히 챙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은씨의 아버지가 전 금융위원장이라는 걸 당시 병무청 관계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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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출근하는 직원들의 모습. 감사원은 9일 은 전 위원장 아들 병역기피 의혹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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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과장은 은 전 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이후 실무자들에게 은씨의 귀국연장 불허 조치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전례가 없다"며 반대하는 직원들을 닦달했다고 한다. 결국 A과장은 자신이 직접 은씨의 이의신청 인용 관련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직원들 몰래 넣은 뒤, 당시 B 서울지방병무청장(국장급)에게 보고했고 2022년 1월 최종 결재를 받았다. 검토보고서엔 ‘父, 은성수’라며 은 전 위원장의 진술 내용도 자세히 적혀있었다.

당시 반대했던 실무자들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자 “황당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A과장은 관련 검토보고서에 영주권 취득 전에도 사전여행허가를 받으면 미국 출입이 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적었고, 병무청에 고발된 자도 입역 전 가사정리 사유로 잠시 미국 재출국이 가능함에도 “고발 취하 없이는 재출국이 불가능하다”는 허위 사실을 적었다. A과장은 이의신청 수용과 고발취하까지 해준 뒤 관련 내용을 은 전 위원장에게 미리 설명해줬다고 한다.

은씨는 고발이 취하된 뒤 2022년 1월 입국했다. 하지만 은 전 위원장의 설명과 달리 입대하지 않았다. 귀국 2주 후 입영 전 가사정리 사유로 미국에 재출국했고, 여전히 병역을 면탈 중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병역 기피 대상자 중 은씨와 같이 고발이 취하된 사례는 드물었다. 특혜라는 것이다. A과장도 감사원 조사에서 “은 전 위원장이 자신을 이용해 고발 취하를 도모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감사 중인 지난해 12월 A과장(퇴직)과 B국장을 병역법 위반 방조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은 전 위원장 측은 본지에 “그 누구보다 아들의 입대를 원했던 것이 은 전 위원장”이라며 “입대를 위해 노력했을 뿐,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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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2024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시작된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들이 흉부방사선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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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외에도 자신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표전문기관을 동생 명의로 설립한 뒤, 이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며 특허청과 수억원대의 수의계약을 맺은 특허청 서기관 C씨와 공공근로 일자리 사업자금 3억 3284만원을 편취해 배우자 고급차량 등에 구매한 고흥군 공무원 D씨, 허위지출결의서 작성 등으로 5472만원을 횡령한 경기도 회계담당자 E씨 등에 대해 해임 및 파면 요구와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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