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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감사 앞두고 월성원전 자료 삭제한 공무원…대법서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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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해 기소된 전직 산업부 공무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9일 공용전자기록등손상·감사원법·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 산업부 공무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세계일보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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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에서 실무를 담당하던 이들은 2019년 11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가 예상되자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각각 국장과 과장이던 A씨와 B씨에게는 삭제를 지시 또는 묵인·방조한 혐의가, 서기관 C씨에게는 같은 해 12월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산업부가 관여했는지를 감사하기 위한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를 알면서도 피고인들이 공모해 일부 최종본만 제출하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2심과 대법원은 이들의 혐의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법원은 우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파일을 공용전자기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어 손상죄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문서가 저장된 해당 컴퓨터가 당초 C씨가 사용하던 것이라는 사실과 관련해선 “(C가) 이 사건 파일을 삭제할 정당한 권한이 있었거나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이 사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던 사무관으로부터 이 사건 파일의 삭제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감사 통보 이후 감사관이 C씨에게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또한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1심에서 무죄 판단을 한 방실침입 혐의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도 2심의 이런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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