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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라파 진격시 무기 지원 불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의제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백악관은 위스콘신주 라신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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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새벽 공세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민간인의 피해가 커지고, 미국 대학가에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되면서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가자 지구 남단의 국경도시 라파에는 피란민 140만명 이상이 밀집해 있다. 라파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5일 이스라엘 장갑차들이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에 모여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세력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5000명 이상과 이스라엘인 1455여명이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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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에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전달을 중단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서의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고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무기)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번 무기 공급 중단이 라파 진격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 그들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라파에 대한 전면전이 미국의 레드라인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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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9일 라파 작전 향방 결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앞)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센터 야드 바셈의 추모의 홀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기념 화환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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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총리는 9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 계정에 지난 4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 영상 가운데 일부를 게시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홀로 서도록 강요받는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했다. 외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도 라파 작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라파 시가지 인근에 전차를 집중 배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9일 안보내각과 전시내각 회의를 잇따라 열고 미국의 무기공급 중단 경고 이후 라파 작전을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하욤이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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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양국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에 대해 “역사적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의 하나인 양국의 76년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의장은 NYT에 “바이든이 네타냐후에 대한 유일하고 현실적 지렛대를 사용한 것”이라며 “전쟁이 대선 캠페인, 민주당의 단결,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방해물이 되는 상황에서 바이든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의 승부처가 될 경합주를 비롯해 이스라엘 전쟁으로 이탈 가능성을 보이는 아랍계, 젊은층 등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과 정책 발표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은 인터뷰에 앞서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위스콘신주를 방문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33억 달러(약 4조5061억원) 규모의 투자를 부각했다. 올해 들어 바이든 대통령의 위스콘신 방문은 벌써 4번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조문객들이 애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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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위스콘신 라신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투자가 무산됐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 전임자는 실패한 낙수 효과에 기대 깨어진 약속만 내놓았다”며 “그는 약속을 어기고 라신 주민들을 내팽개쳤지만, 우리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MS의 AI(인공지능) 관련 시설이 들어설 곳은 트럼프가 약속했던 폭스콘의 공장부지다.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맞불 작전'이다.
위스콘신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중 한 곳으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함께 민주당 우세 지역인 ‘푸른벽(blue wall)’으로 불렸다. 그러다 2016년 트럼프는 이곳 모두에서 승리하며 당선됐고, 2020년엔 바이든이 이곳을 재탈환하면서 트럼프를 낙선시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곳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접전 양상이지만, 위스콘신을 비롯한 경합주에선 바이든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일부 불법 이민자를 신속히 추방할 새로운 규칙을 발표한다”고 보도했고,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과 대중국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분야로, 향후 전분야에 걸친 맞불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변호사 토드 블랑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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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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