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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국정전환 'NO', 특검 'NO'…尹대통령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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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지난 2002년 8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큰 틀의 국정기조 유지 방침 속에 야권의 특검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관심이 쏠린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을 비롯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둘러싼 특검 요구에 현재 진행 중인 수사당국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엮어 특검법 발의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전 대표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난 2월 KBS 대담에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며 "몰카를 들고 온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총선 이후 '배우자 리스크'가 패배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대로다.

다만 명품백 수수를 윤 대통령이 인지한 시점 등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만 했다.

야당의 특검 요구에도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는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거나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외압 의혹'의 출발점으로 의심받고 있는 'VIP(대통령) 격노'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인데 왜 무리하게 진행해서 이런 인명 사고를 나게 했느냐"고 질책했다고 했다.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무리한 작전 수행에 대한 질책이었을 뿐,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에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로 포함된 데 대한 질책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 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초동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전언을 들었다며 윤 대통령과 상반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기조 일관성 유지할 것"경제·외교 국정 방향 고수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원인으로 소통 부족을 꼽으며 언론과 소원했던 관계 개선 등 국정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정작 경제와 외교 분야에 관한 국정 기조는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더 자주 갖고 해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고 저희가 미흡한 부분,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계속 갖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더욱 소통하는 정부, 민생에 관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의 변화는 맞는다"면서도 "시장 주도,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그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건전재정' 기조와도 충돌하는 감세 정책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부자 감세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 완화에 대해선 "중산층과 서민들이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 "부자감세니 이런 비판도 있지만 세금이란 것이 과도하게 들어가면 시장을 왜곡시킨다",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공언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하게 돼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지만,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2025년 금투세 시행 입장에 변화가 없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 동맹 일변도, 한일관계 개선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는 외교노선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상황 변화 가능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관해서 미국 조야, 양당 상·하원과 행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면서 "거기에 기반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원만하게 여러 협상과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과거사와 현안에 대해 양국 국민의 입장 차이가 확실하게 존재한다"면서도 "확고한 목표 지향성을 가지고 인내할 것은 인내하면서 가야 할 방향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여성가족부는?

윤 대통령이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사회부총리급으로 신설하겠다"며 정부조직법 개편을 예고한 대목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처음 밝힌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은 대선 공약이던 '여성가족부 폐지'와 맞물린 정부조직 개편으로 풀이된다.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여성가족부를 흡수해 출범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의 관계설정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가 나눠서 맡고, 의결‧강제 기능이 없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맡기기보다는 과거 경제성장을 추진했던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좀 더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 해법 마련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 지역과 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비춰볼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1년 넘게 (의료계와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한 번도 (의료계의) 통일된 의견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의료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순 없다"며 "정부는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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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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