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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들 반전시위에 “이스라엘 기업 투자 철회”···EU 직원들도 시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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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일랜드 더블린대 트리니티칼리지 학생들이 8일(현지시간) 캠퍼스 안에서 반전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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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더블린대 트리니티 칼리지가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를 벌여온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과 유럽에서 반전 시위 강제 해산이 이어지고 있으나 유럽연합(EU) 직원들도 이날 시위에 나서는 등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리니티 칼리지는 유엔이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사업 중이라고 지목한 이스라엘 기업 세 곳에 대한 투자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는 유엔은 2020년 정착촌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 100여개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향후 다른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이스라엘 대학과의 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가자지구 출신 학생 8명에 대해 등록금과 주거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캠퍼스에서 야영 시위가 벌어지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포스러운 일과 관련해 학생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난해) 10월7일의 참사와 (하마스의) 인질 납치,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맹렬하고 비대칭적인 공격을 포함한 모든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그곳 주민들의 비인간화는 충격적”이라고 덧붙였다.

트리니티 칼리지 학생회는 지난 3일부터 대학 내 펠로광장에서 가자지구 전쟁 중단과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이번 시위로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에 대한 관광객 출입이 중단되면서 대학 측은 35만파운드(약 5억9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9세기 라틴어 복음서 ‘켈스의 서’를 소장하고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은 한 해 약 1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이날 대학 측이 학생회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시위대는 텐트를 철거하고 자진 해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트리니티 칼리지의 반전 시위는 경찰의 학내 진입이나 경찰과의 충돌 없이 끝나게 됐다.

반면 이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는 경찰이 학내에 진입해 책상과 벽돌, 나무판자로 만든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는 경찰이 후추 스프레이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33명을 체포했다. 뉴햄프셔 매사추세츠대에서는 13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뉴욕 패션공과대학(FIT)에서도 수십명이 체포됐다. 전날 스위스 취리히대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에서도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 앞에서는 EU 직원들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EU의 소극적 입장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 250여명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겨냥해 국제법의 사망을 추모하는 모의 장례식을 열고 침묵 행진을 했다. 모의 시신 위에는 “R.I.P. Never Again”(편히 잠드소서. 다시는 안 된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십자가가 놓였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NYT는 중립 서약을 한 EU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시위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EU 직원들이 몇 차례 소규모 집회를 연 적은 있지만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EU 직원인 파리다 후세인은 침묵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오늘 우리 조직이 직면한 모든 것을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수개월 동안 우리는 우리 지도부에 안팎으로 (전쟁 중단)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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