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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저출생 부처 신설에 전문가 '환영'...의료ㆍ연금개혁 현장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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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보건복지분야 국정 운영 방향은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 신설과 연금개혁 임기 내 완수, 의료개혁 지속 추진 등으로 요약된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신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연금·의료 개혁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저출생 컨트롤타워, 실행보단 기획에 방점둬야"



현재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집행권·예산권 없이 정책을 심의하는 권한만 있다. 저고위가 정식 부처가 되면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이 생긴다. 저출산 극복의 핵심 정책부서인 복지부(인구), 교육부(보육과 교육), 고용부(일자리), 국토부(주거)를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관할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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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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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지금은 별동부대처럼 모여 힘도, 예산도 없다. 부총리급으로 올라가면 다른 부처를 아우를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미래 준비가 가장 중요한데 제대로 하는 기획 부처가 없다”라며 “미래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행보다는 기획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도 전담 부처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국방이나 교육 분야처럼 인구도 하나의 영역으로 국가가 영속적으로 기획·관리·추진해야 한다”라며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지속해서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인구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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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 자문단 간담회에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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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위 강화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넓은 범위에 다양한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데 한 부서에서 총괄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책임 소재를 나눠가야 하는데 각 부처에서 ‘이젠 신경 안 써도 되는 일’로 여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전담 부서가 생긴다면 핵심 사업을 힘 있게 실행하도록 역할을 하고, 저고위는 정책을 제안하고 각 부처를 강제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로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통일안 없다? 의사들 "의대 증원 반대가 통일안"



의료개혁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거짓말""의료계 무시"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증원을 발표한 게 아니다”며 의료계와 대화를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의료계가 통일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게 대화의 걸림돌"이라고도 했다.

서정성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총무이사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의료계와 논의가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증원 관련 숫자 논의를 의료계와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서 전 이사는 정부와 의협이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는 대화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의 간사였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홍보팀장인 오승원 교수도 “갑자기 발표한 게 아니라면 얼마나 구체적으로 (의대 증원을) 오랫동안 준비했는지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런 건 구체적으로 나온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김창수 회장(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의료계 단일안은 원점 재검토인데 이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의료계가 각자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를 갈라치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9개 의대·병원이 소속된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오는 10일 예고대로 전국적인 휴진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국 주요 거점국립대 교수가 모인 거점국립대학교수연합회(거국연)는 이날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요구한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강원대·경상국립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9개 대학 교수회 회장이 구성원인 이 단체는 “이번 의료사태는 정부가 대학 자율성과 의료계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대 증원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의료개혁에 반대하지 않고, 일부 의사단체의 원점 재검토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의료개혁 추진이 아무리 시급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의료계·교육계 전문성 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2대서 연금개혁? "사실상 포기한 것" 비판



이날 연금개혁에 대해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야당 모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회 연금특위에서 여야 간사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했으나, 소득대체율(국민의힘 43%, 더불어민주당 45%)에서 이견을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p 차이를 두고 여야가 21대 국회가 끝나는 29일까지 막판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로 공을 넘긴 셈이다.

국회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했는데 다시 ‘임기 내 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라며 “지난 2년간 정부가 해온 태도와 20%대의 국정 지지율로 그 어려운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또 다시 국민을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를 이끈 김상균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17년 동안 이루지 못한 모수개혁에 대해 이번 국회가 반년만에 거의 합의에 도달했는데, 끝내 처리하지 못하면 ‘직무 태만’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수개혁이 1년 지연될 때마다 후세대 부담이 0.5%p 올라간다는 점에서 모수개혁은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국회 내에 미진했던 구조개혁은 22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로 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나눠 개혁을 이루는 모양새가 되어 호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책으로 30권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국회에 냈고, 선거 과정에서 약속드린 것을 이행했다”고 자평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두고 이렇게 말한 것인데,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이 담기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 논의가 지금처럼 표류하게 된 것에는 정부가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은 책임도 크기 때문에 이런 자화자찬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황수연ㆍ채혜선ㆍ문상혁ㆍ남수현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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