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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교육의미래] 미래엔 ‘아무나’ 교사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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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영향력 1·2위로

학생 노력·학교 분위기 꼽혀

교사 자질·역량이 크게 좌우

AI로 대체 못할 전문성 필요

지난해 말에 나온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KEDI POLL 2023)’는 우리 국민이 학생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학생의 노력과 열의(30.4%), 학교나 학급의 학습 분위기(23.0%), 가정의 학습 환경(21.2%), 교사의 지도(11.7%), 학생의 타고난 능력(7.2%) 등의 순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조사 결과는 교사의 지도가 학생의 학업성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우리 국민이 학생의 학업성취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또 다른 기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이 기대하는 교사에게 필요한 능력은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생활지도·제언(코칭) 역량(43.9%), 학습지도·제언(코칭) 역량(29.6%), 중학교의 경우에는 학습지도·제언(코칭) 역량(29.0%), 생활지도·제언(코칭) 역량(26.6%),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진로·진학지도 제언(코칭) 역량(49.1%), 학습지도·제언(코칭) 역량(12.2%) 순이었다.

세계일보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


얼핏 생각하면 모순적인 듯하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학습지도를 비롯하여 생활지도나 진로·진학지도 등에서 국민이 교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여전히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학생의 학업성취에 대한 영향력이 1, 2순위로 나타난 학생의 노력과 열의, 학교나 학급의 학습 분위기는 교사가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가지고 있고, 수업 시간을 포함한 학교 교육의 전 과정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행동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교과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교과 지식에 정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미 진입한 인공지능 시대에는 교사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학생이 학습할 교과 지식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사에게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은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학교와 학급의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의 노력과 열의를 북돋는 일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교사는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비록 성숙하지는 않지만 교사에 의한 주형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하여 나름의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독립된 의식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 교사는 학생의 이러한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윤리의식을 내면화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일방적 주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코치로서 학생을 지도하고, 그들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 것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적·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상담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습 내용과 학습활동, 수업보조자, 수업 보조기구, 학생 등을 잘 조정하여 이 모든 것들이 최적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학습관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에는 우리 사회에 오늘날보다 전통적인 학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이 더 늘어나고, 기술 발전과 사회 환경의 변화로 그 둘 사이에 경계가 현재보다 더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교사가 하는 일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약화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에는 ‘아무나’ 교사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겪는 불안과 좌절을 극복하고 학습에 대한 열의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서적 지원을 하는 일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교사가 하는 이 일은 미래에도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 보통의 일이 아니라 ‘전문적’인 일이다. 이 일은 교육과 훈련으로 특별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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