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바이든"… 미국 압박에 불쾌감 드러낸 이스라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라파 진격 땐 무기 지원 중단" 경고에
네타냐후 "홀로 설 것" 연설 공유하며 응수
"실망" 이스라엘 내각서 반발 메시지 잇따라
한국일보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9일 자신의 엑스(X)에 '하마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글을 올려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진격에 반대한 미국을 비난했다. 벤-그비르 장관 X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사랑한다."

이스라엘 내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9일(현지시간) 엑스(X)에 이렇게 적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피란민이 밀집한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진격 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한 데 대한 비난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자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이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양국 분위기는 한층 냉랭해졌다.

"홀로 서겠다" 나흘 전 영상으로 '미국 저격'

한국일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5일 예루살렘에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신의 X에 지난 4일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추념일 연설 영상 일부를 게시했다.

1분 6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그는 "오늘 또 다시 우리를 무너뜨리려고 결심한 적들과 맞서고 있다"며 "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어떤 압력이나 국제사회의 결정도 우리 자신을 지키려는 이스라엘을 막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홀로 서도록 강요받는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발언한다. 나흘 전 연설에서 이 부분을 발췌해 공유한 것은 전날 라파 진격을 반대한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 진격하면 공격용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놨다. 라파에는 140만 명의 피란민이 몰린 만큼, 지상전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불 보듯 뻔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을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이스라엘)이 라파로 들어간다면 그들이 지금껏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써 왔던 무기들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서 반발 목소리 잇따라

한국일보

이스라엘 군인들이 9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군용 차량에 모여 이스라엘 군기를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이스라엘에선 미국에 대한 반발이 잇따랐다. 벤-그비르 장관은 X에서 "하마스는 바이든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비아냥거렸고,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우리가 전쟁 시작부터 고마워했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듣기에 힘들고도 매우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국가는 굴복할 수 없다"며 "북쪽과 남쪽에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라파 지상전 강행을 암시했다.

다만 이스라엘 내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벤-그비르 장관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 등은 벤-그비르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고 TOI는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집트 관영 알카히라뉴스는 이날 이집트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단이 카이로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는 전날 AFP통신에 "인질 석방을 위한 하마스와의 협상에서 돌파구의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은 전날 밤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도달에 진지하지 않으며 단지 협상을 라파 침공과 국경 검문소 장악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비난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