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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결기 보이자" 국회 개원도 안했는데, 천막농성하자는 野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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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결기와 의지를 보여줍시다. 천막 농성 가능일 알려주세요. 주 1회(기본) + α”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들에게는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다. 10일 오전 채상병 특검을 촉구하는 초선 당선인의 비상 행동 선포식을 연 뒤, 곧이어 천막 농성에 돌입하자는 내용이다.

문자 메시지에는 “초선 당선인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재선 이상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라거나 “현재 6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0일은 가급적 선포식에 참여한 분들이 그대로 농성까지 해주면 좋다”, “천막 농성은 월~금요일까지만 하고, 1일 10명 이상씩 하면 될 듯하다”는 구체적인 방식도 담겼다. 천막은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공지는 윤종군(경기 안성) 당선인 등 일부 초선이 주도해 돌렸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정무수석을 지냈고, 강성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 대변인으로 일해 당내에서 ‘찐명’으로 통한다. 최근 원내대변인에 임명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중앙당 차원의 농성은 아니지만, 주요 당직자나 일부 중진 의원도 참여할 것으로 안다”며 “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밝힌 뒤 참여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신임원내대표를 비롯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즉각 수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뒤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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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171석을 얻었고, 초선만 71명이다. 앞서 이들은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과 간담회를 갖는 등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당내에서는 이번 천막 농성을 사실상 첫 무력시위로 본다. 익명을 원한 중진은 “초선만 뭉쳐도 각종 민감한 현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규모라 천막 농성의 위력을 무시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천막 농성장에 앞다퉈 눈도장을 찍으러 오지 않겠느냐”는 말도 돈다. 각종 정치 유튜버들의 현장 중계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강성 일변도로 흘러갈 22대 국회의 예고편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아직 국회에 입성하지도 않은 당선인들이 벌써 천막 농성을 벌이며 완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며 “채상병 특검법은 천막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 치열한 대화나 논쟁을 거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혁신회의가 당선인 31명을 배출하며 민주당 최대 계파로 떠오른 데 이어, 친명 위주의 초선까지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강성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을 촉구하는 의도는 좋지만, 초선이 세를 과시하는 듯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다소 불편하다”고 했다.

친명 일색의 당 구조 속에 향후 건전한 당내 비판이 묻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었고 ‘처럼회’ 등 강성파 모임도 등장했지만, 민주주의 4.0(친문계), 더좋은미래(86그룹), 민주평화국민연대(김근태계) 등 때로는 당내 쓴소리를 내는 다양한 모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친명 그룹이 대거 당선장을 받으면서 사실상 내부 비판을 할 스피커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직 중진 의원은 “당내 역학 관계에 휘둘리지 말고 참신한 목소리를 내야 할 초선 그룹마저 친명 조직처럼 행동하면 민심이 싸늘해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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