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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시진핑 부인, 軍 인사권 틀어쥐었나... 사진에 노출된 그녀 직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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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홍콩 일간지 “펑리위안, 중앙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 전임위원 맡은 듯” 보도

“소장급 이상 최고위 지휘관 보직·승진 결정에 영향력 발휘” 분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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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홍콩 싱다오일보가 5월5일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사진"이라면서 공개한 펑리위안 여사의 시찰 장면 사진. 사진 아래에 '중앙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 전임위원 펑리위안이 본교를 방문해 고급 인재 대오 건설 상황을 살펴봤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싱다오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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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 홍콩 일간지 싱다오(星島)일보에 올라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62) 여사의 사진 한 장이 중화권에서 화제입니다. 사진 아래에 쓰인 ‘중앙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원회 전임위원’이라는 직책에서 펑 여사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죠.

펑 여사는 중국 유명 가수 출신이지만, 일찌감치 군에 입대해 소장 계급을 단 군인이기도 합니다. 인민해방군 예술학원 원장을 지냈죠. 하지만 2017년 원장직 사임 이후에는 군인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가 일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홍콩 싱다오일보가 5월5일 "소셜미디어에서 떠도는 사진"이라면서 공개한 펑리위안 여사의 시찰 장면 사진. 사진 아래에 '중앙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 전임위원 펑리위안이 본교를 방문해 고급 인재 대오 건설 상황을 살펴봤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싱다오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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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원회는 2016년 중국군 군제 개편 이후 새로 만들어진 기구로 소장 이상 고위급 지휘관의 정치 성향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 군사적 소양, 도덕성 등을 평가하는 곳이에요. 중국군 고위급 지휘관의 보직과 승진을 좌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인 셈입니다. 펑 여사가 중국군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와요.

◇소장 계급장 달고 해군공정대학 시찰

사진에는 펑 여사가 소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중국군의 한 교육기관을 방문해 간부들의 설명을 듣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중국 해군 중령 출신으로 군부 인맥이 두터운 재미 평론가 야오청(姚誠)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작년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해군공정대학을 시찰했을 당시의 사진으로 펑 여사 옆에서 설명하는 이는 푸젠호 항공모함의 전자식 사출기 개발에 참여한 마웨이밍(馬偉明) 교수”라고 했어요.

싱다오일보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해군공정대학 안에 전시된 사진이라고 합니다. 해군공정대학은 우리나라의 해군사관학교와 같은 곳이에요. 싱다오일보는 창간 80년이 넘은 홍콩의 유력 매체로 친중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펑 여사의 직책을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보도의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와요.

중화권에서는 그동안 펑 여사가 군 인사에 개입한다는 관측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작년 12월 실각한 리상푸 전 국방부장 후임에 둥쥔(蕫軍) 해군사령원(상장)이 임명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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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싱다오일보는 5월5일 펑리위안 여사의 군 교육기관 시찰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펑 여사가 군사위 간부심사평가위 전임위원을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싱다오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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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방부장 파격 승진의 배경

둥 부장은 시 주석 집권 이후 고속 승진을 거듭해 2021년 해군사령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군부 내에서는 그가 해군사령원이 된 데 대해 파격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해요. 그는 북해함대 부참모장, 동해함대 부사령원, 해군 부참모장, 남부전구 부사령원 등을 거쳤는데 주로 행정직으로 근무해온 인물입니다. 정장이나 함장 등 일선 지휘관으로 복무한 경력이 없다고 해요. 이런 인물이 해군참모총장 격인 해군사령원에 임명된 건 전례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중화권에서는 둥 부장이 펑 여사와 같은 산둥성 출신이어서 발탁됐다는 분석이 많아요. 펑 여사는 산둥성 허쩌에서 태어났고, 둥 부장은 산둥성 옌타이 출신입니다. 중국군 고위층에는 산둥성 출신이 유독 많아요. 산둥방은 중국 군내 최대 파벌로 꼽힙니다. 시 주석 집권 초기인 2014년에 나온 한 통계를 보니 중국군 역대 상장(우리의 대장)의 23.6%가 산둥성 출신이었다고 해요.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수백명의 고위급 장성들을 부패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는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습니다. 부패 척결이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쉬차이허우 전 군사위 부주석 등 군부 내 장쩌민 전 주석 계열 인물들을 솎아내는 작업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펑 여사가 중국군 내부를 통제하고, 군심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재미 평론가 야오청도 “중국군은 시 주석의 명줄에 해당한다”며 “군 경력이 풍부한 펑 여사가 시 주석을 도와 군 내부를 안정시키는 건 현실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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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말 국방부장에 임명된 둥쥔 전 해군사령원.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에 임명된 건 처음있는 일이다. /조선일보DB


◇“제2 장칭 가능성은 낮아”

펑 여사는 일반적인 중국 최고위층 부인과 달리 공개 활동이 활발한 인물입니다. 시 주석과 함께 정상 외교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횟수도 많아요. 관영 매체에 나온 공개 활동 횟수를 보면 2022년 5차례에서 2023년 13차례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세계 결핵의 날인 지난 3월24일 후난성 창사를 찾아 결핵 예방 활동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모습이 관영매체에 등장했어요.

그러다 보니 일부에선 “펑 여사가 마오쩌둥 전 주석의 부인 장칭처럼 정치 무대에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을 합니다. 장칭처럼 공산당 정치국원으로 승진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거죠. 장칭은 이른바 ‘4인방’의 일원으로 문화대혁명을 주도하면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인물로, 마오쩌둥 사후 실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펑 여사가 제2의 장칭이 될 가능성을 낮게 봐요. 펑 여사는 일찌감치 공산당 중앙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장칭과 달리 아직 공산당 중앙위 후보위원 자격도 없습니다. 시 주석이 펑 여사를 정치국원으로 발탁하려면 따로 당대표대회를 열어 중앙위원으로 선발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하는 상황이죠.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의 마이클 커닝엄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펑 여사가 역대 주석 부인들과 비교했을 때 공개 활동이 활발한 편이긴 하지만 당직을 맡고 있는 건 아니다”면서 “제2의 장칭이 될 것이라는 건 성급한 억측”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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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후난성 창사의 한 시설을 찾은 펑리위안 여사. 펑 여사의 오른쪽은 현장을 수행한 왕허성 국가위생건강위 부주임(차관)이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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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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