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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단독] 유럽 웹툰 성장 더뎌 … 최대시장 日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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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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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픽코마가 유럽 시장 진출 거점인 '픽코마 유럽' 법인 철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주력인 일본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자회사다.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먹거리 핵심 축인 카카오픽코마의 글로벌 사업 전략이 '다각화'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년 카카오픽코마가 유럽 법인을 세울 당시만 해도 프랑스는 유럽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로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를 교두보로 유럽 전역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구상이었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에서 거둔 성공을 프랑스에서도 재현한다면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웹툰 시장이 당초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법인 철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코그니티브마켓리서치는 프랑스 만화 시장이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5.1%)을 밑도는 수치다. 특히 디지털 만화로 전환되는 속도가 둔화되는 추세다. 프랑스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예상되는 웹툰 시장 규모가 현저히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시장이 '레드오션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최대 규모 만화 출판사인 메디아파르티시파시옹은 올해 초 웹툰 사업에 진출했다. 프랑스 현지 메이저 업체인 '픽소매거진'은 디즈니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구독형 웹툰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프랑스 시장에서는 델리툰, 태피툰, 포켓코믹스 등 다양한 플랫폼사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지에서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플랫폼 '픽코마'는 현지에서 사용자 100만명을 확보하고 현지 웹툰 플랫폼 앱 순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견조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수익성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카카오픽코마는 유럽에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200만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픽코마 유럽은 2022년 1000만유로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프랑스 시장 특유의 콘텐츠 이용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인해 현지화 전략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향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법인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시장의 달라진 성장 속도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졌고 카카오픽코마 전체의 해외 사업 전략과 맞물려 철수가 결정됐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유럽 사업에 대한 경험을 보존해 향후 글로벌 확장을 재차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 시장을 포기하는 대신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웹툰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일본에서 연간 거래액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넘겼다.

일본에서는 빅테크가 잠재적인 플랫폼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어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버티컬 리딩 코믹스(세로 읽기 만화)'와 '아마존 플립톤'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일본에 출시했다. 일본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은 자체 웹툰 앱인 'R-툰' 서비스를 개시했다. '드래곤볼' 등으로 유명한 일본 슈에이샤는 웹툰 플랫폼 '점프툰'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웹툰 등 IP 관련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4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에 콘텐츠 IP 관련 조직을 신설했다. 카카오픽코마 등 그룹사 간 IP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시장은 카카오엔터가 2022년 8월 설립한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계속 공략할 방침이다. 카카오엔터는 현지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시'를 인수한 뒤 타파스엔터를 출범시켰다.

한편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스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 전 분기 대비 6% 증가한 2270억원을 기록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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