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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법원 제출된 '의대증원' 정부 자료, 의료계가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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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정책심의委 회의록 등 55건 제출…의료계 "보정심, 요식행위 불과"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 모음' 등 기존 공개자료 상당수 비중 차지

복지부 "만장일치 방식 의결 아냐…'2천 명 증원도 적다'는 의견도" 반박

노컷뉴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대 증원 2000명'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 5명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 전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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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증원·배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의료계가 정부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원 근거자료'들을 전격 공개했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원고 측인 의대생·전공의·의대 교수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정부가 의대 증원 필요성을 주장한 근거 및 '2천 명 증원'을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등을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했다.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된 자료로 총 55건이다. 앞서 정부가 예고했듯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및 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이 담겼다. 특히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에 따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보정심의 경우, 정부가 의대 증원규모를 발표한 당일인 2월 6일 회의 관련내용이 속기록으로 반영됐다.

이날 회의는 위원장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총 25명의 위원 중 23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19명의 찬성으로 약 1시간 만에 의대 증원 안건이 의결됐다. 불참한 2명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관계자다.

정부가 낸 보정심 회의록에 따르면, 참여 위원 일부는 "굉장히 충격", "지금 이렇게 대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 등 2천 명 증원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원에 찬성하는 위원들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던 규모는 약 500명에서 1천 명 사이가 맥시멈(maximum·최대)", "예과부터 문제없을 거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준비가) 가능하지 않다" 등의 우려 섞인 의견이 나왔다.

증원규모가 너무 졸속으로 결정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위원은 "2천 명이 그냥 상징적으로 많이 늘린다는 의미에서 나왔는지(여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있는 어떤 전문위원회, 토론회 같은 것들을 주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장관이) 토론만 이끄신다는 점은 사실 보정심이 무의미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어차피 회의 후 증원규모를 '2천'으로 발표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의대 증원을 강력 지지해온 일부 시민단체 측 위원은 증원규모를 '3천 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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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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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선 이를 두고 보정심은 이미 정부가 정해놓은 결론(2천 명 증원)을 승인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했을 뿐, 찬반 논쟁이 활발히 이뤄지는 온전한 토론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은 다양한 논의를 거쳐 보정심 심의로 확정한 것"이라며 "의사인 위원 3명을 포함한 총 4명이 반대했으나, 반대의 경우에도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증원 자체엔 찬성이었다"고 재반박했다.

이와 함께 오히려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한 전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2천도 적다'거나, '3천 명 증원이 필요하나, (우선) 2천 명을 증원하고 수급상황에 따라 주기적 모니터링을 해 조정하자'는 의견들도 나왔다고 부연했다.

복지부는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는 안건 의결에 대해 이견이 없음을 확인해 의결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료가 대부분 보도자료·성명서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들이란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라기보다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증원 찬성' 입장에서 옹호하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CBS노컷뉴스가 법원의 석명 요청에 정부가 낸 답변서들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2월 1일) 및 '의사인력 확대 방안'(2월 6일) 등 정책 관련 보도자료 등이 14건으로 가장 많은 항목을 차지했다. 여기엔 의협과 합의 아래 별도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의료현안협의체 관련 보도자료 모음도 들어간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발언 모음, 국무회의 발언 등 관련 브리핑 내용을 발췌한 자료들도 제출됐다.

순수한 연구 자료·통계는 당초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서울대·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 등의 '보고서 3종'과 △2022년 기준 의사인력 수급 추정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 △2023년 고령자 통계(통계청) 등 8건이다.

이밖에 의사 증원을 지지해온 보건의료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의 성명서 및 기자회견 자료도 제출목록에 6건 포함됐다. 필수의료 관련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보도한 연합뉴스 등의 기사 6건도 제출됐다.

정부는 "요청된 자료는 모두 제출했고 재판부가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되는 (정원)배정심사위원회 정리내용 등 자료도 성실하게 자발적으로 제출했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진작 국민들에게 공개했어야 하는 자료"(이 변호사)라고 맞받았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의대 증원분의 배정을 결정한) 배정위원회의 회의록과 참석자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2천 명 증원은 마치 주주총회에서 '총회꾼'들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안건을 통과시킨 것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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