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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푸틴, 13년 차 국방장관 왜 교체했나…답은 후임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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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방장관은 학계와 기술관료 두루 거친 '경제통'

비대해진 전시 군비 통제·군 조직 장악 포석 깔린 듯

개전초 공격 차질·지난해 프리고진 반란으로 큰 압박

뉴시스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러시아 남부군관구 사령부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대화하는 동안 손짓을 하고 있다.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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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년 차 국방장관인 세르게이 쇼이구를 12일(현지시각) 경질했다. 전쟁 중 갑작스러운 국방장관 교체에도 발레리 게라시모프 군 총참모장은 살아남았다.

갑작스러운 국방장관 교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심중을 읽는 열쇠는 후임자에게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을 봐야 푸틴 대통령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다.

신임 국방장관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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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가 지난해 11월13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스콜코보 재단 이사회 회의에 앞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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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줏대감' 국방장관 쇼이구는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후임자는 제1부총리였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부총리로 재임하면서 총리 대행을 맡기도 했던 최고위급 관료다.

그는 본디 학계와 기술관료로 두루 활동한 '경제통'이다. 1981~1986년 러시아 중앙경제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1991~2006년 러시아 과학학술원 경제예측연구소장을 맡았다. 2000~2006년 총리 외부 고문으로 활동하던 그는 경제개발·무역부 차관, 총리실 재정·경제국장, 경제개발부 장관 등 경제관료로서 요직을 줄지어 맡아왔다.

바꿔 말하면 신임 국방장관은 군 경력이 없는 민간인 출신이다. 푸틴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데에는 '지속 가능한 전쟁'이 화두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전쟁 수행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한 경제적 보급에 초점을 둔 인사라는 것이다.

전쟁이 3년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러시아는 무기 조달과 병력 임금·연금 등으로 점차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다. 또 서방 제재가 더해져 러시아 경제를 발목 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임 장관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획기적인 전략 구사와 지휘 능력이 아니라 군대가 말라 죽지 않도록 할 살림꾼 자질이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12일 국방장관을 경제학자로 교체해 우크라이나 침공 뒤로 처음 국가안보팀을 개편하고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기반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선택은 러시아의 잔인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막대한 군비 지출 증가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침공 초기에 새 징집병이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였던 국방부의 고질적인 부패를 억제하는 국방장관을 향한 푸틴 대통령의 열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쇼이구에 반기 든 프리고진이 남긴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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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군 최고위층과 회담을 마친 후 발레리 게라시모프(왼쪽) 육군 참모총장,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중 "서방세계가 협상을 원한다면 오직 러시아의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특별군사작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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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구의 장관직 경질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6월 프리고진이 반란을 시도하면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 바로 쇼이구 당시 장관이다.

반란 뒤 프리고진은 러시아 내부에서 일시적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대항할 정도로 지지를 얻었다. 당시 알려진 비밀 조사에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21개 지역에서만 프리고진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 대통령은 17개 지역에서 그의 요리사 프리고진에게 밀렸다.

반란 두 달 만에 프리고진은 의문스러운 사망을 맞았다. 하지만 쇼이구 서기는 그 뒤로도 국방장관으로서 군 안팎에서 강한 압력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 개전 초부터 압도적 화력을 위시한 진군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강한 질타를 받아왔다.

BBC는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한 뒤로 (쇼이구 서기는) 국방장관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짚었다. AFP도 "프리고진 반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쇼이구 당시 국방장관은 2022년 러시아 공세 중 초기 차질로 인해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전황을 선도하기는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상대로 발군의 전공을 올리지는 못했다. 군사 대국 러시아는 미묘한 우위를 차지하고 조금씩 나아갔을 뿐이다. 쇼이구 서기를 향한 군 조직의 충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지점이다.

동시에 러시아군은 전쟁으로 인해 비대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절대적 일인자로서 내부 단속을 위해 군 수뇌부의 변화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쟁 중에 군 수뇌부를 대거 교체하는 데에 부담을 느낀 점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인사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쟁을 주도한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전쟁 양상 등에서 변화를 예고하면서도 승기를 넘겨주지는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장관 교체가 앞으로 러시아군과 전쟁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이목이 쏠린다. 그 모습으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깊은 속내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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