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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힘들땐 역시…지갑 헛헛한 미국인들, 치킨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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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패티 햄버거를 앞세워 경쟁하던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치킨버거 종류를 늘릴 태세다. 치킨 전문 브랜드 파파이스가 신메뉴 '고스트 페퍼 윙'을 출시해 경쟁사인 KFC를 위협하자, KFC는 치킨텐더 랩으로 맞서며 가성비 메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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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를 선택하자, 관련 시장이 닭고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닭 날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인의 저녁 식사 메뉴로 닭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WSJ은 "미국 소비자 소득에서 식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값비싼 육류 대신 닭고기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정육업체인 타이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소고기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12%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닭고기 소매판매량은 3%가량 늘었고, 돼지고기와 소고기 소매판매량은 소폭 감소했다. 도니킹 타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닭고기 수요가 두드러지는데, 그중 일부는 소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옮겨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간 200억개의 치킨 너겟과 55억개의 치킨 날개를 판매하고 있는 타이슨은 올해 치킨 관련 신제품을 늘릴 예정이다.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노믹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버거 가격이 10% 올랐지만 치킨샌드위치의 가격은 5% 올랐다. WSJ은 "사람들은 식료품 가게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킨 샌드위치나 치킨 스테이크 등 닭고기 품목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납품업체들도 '닭고기' 트렌드를 따른다. 정육 포장 및 배달기업 JBS를 운영하고 있는 필그림스는 올해 1분기 납품해야 하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매장 수는 줄었는데, 납품한 닭고기 양은 전년동기 대비 6% 늘었다고 전했다.

닭 날개 요리 전문점 '윙스톱(WindStop)'은 대표적인 수혜 식당이다. WSJ에 따르면 올 1분기 윙스톱 매출은 전년 대비 21.6% 늘었다. 닭 날개를 찾는 손님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마이클 스킵워스 CEO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아직 (매출) 최고점에 다다르지 않았다. 올해 더 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파파이스는 '고스트 페퍼 윙'이라는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패스트푸드 내 치킨 판매 점유율을 늘렸다고 밝혔다. 또 경쟁사인 KFC의 1분기 매출에 타격까지 입혔다는 게 파파이스의 주장이다. KFC는 이에 맞서기 위해 마카로니와 치즈를 곁들인 '치킨텐더 슬림랩'을 출시했다. 양쪽 다 치킨으로 구성된 저렴한 한 끼 식사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부턴 닭고기 가격도 조금씩 들썩이는 추세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냉장 창고에 보관된 닭고기 양은 전년동기 대비 11% 줄었다. 소비가 급증해서다. 닭 가슴살 가격은 작년 4분기 대비 30%가량 올랐고, 닭 날개 가격은 2배가량 치솟는 추세다. WSJ은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닭 사료 원료비용이 줄고, 가금류 사업이 소나 돼지보다 수익성이 높아진 덕분에 치킨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렇게 수요가 급증하면 닭고기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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