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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美 경고 통했나… 라파 지상전 시간 끄는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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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 장악 1주째 전면전 망설여

국내외 부정적 여론도 부담 작용

美·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 통화

지상전 없는 하마스 격퇴 방안 검토

美 국무·이 국방 ‘정밀한 작전’ 논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국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해 전면적 지상전에 대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피란민 100만명 이상이 집결한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고 국경 검문소를 장악한 지 1주일이 다 돼가지만 전면전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고 가자 전역에서 이스라엘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수 있는 대규모 지상전을 하지 않고도 하마스의 격퇴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적 행동’(alternative courses of action)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할 가능성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래된 우려를 되풀이했다. 하네그비 보좌관은 미국의 우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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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또한 이날 밤 라파에 대한 ‘정밀한 군사 작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국경을 확보한 상태에서 라파에서 하마스 잔당을 겨냥한 정밀한 작전을 비롯해 가자지구에서의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6일 밤 라파 동부에 이스라엘 탱크들이 진입했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의 전면적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스라엘군은 제한적인 움직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 북부 자이툰에서 하마스 조직원 다수를 제거했다고 밝히는 등 부분적인 교전은 이어지지만 대규모 지상전을 감행하지는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일정 부분 바이든 행정부와 국제사회의 경고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일 공개된 미국 TV 쇼 ‘닥터 필 프라임타임’에 출연해 “우리(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의견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 공급 중단 가능성 언급에 “손톱으로라도 싸우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수위를 누그러뜨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일부 극우 연정 세력을 의식하며 미국과 각을 세우고 강경한 정책을 쓰는 것에 국내 여론은 일반적으로 우려가 많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꾸준히 이스라엘에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ABC 뉴스 인터뷰에서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전은 하마스를 소탕하지 못한 채 “정말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것이라고 재차 우려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일부를 사살할 수는 있지만, 테러 조직인 하마스의 특성상 다수는 몸을 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이날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승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무정부 상태에 따른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외의 반대와 여론 분열을 의식해 하마스에 대한 강성 발언도 이어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몰장병 기념기관 ‘야드 라바님’ 주최 행사에서 “(전쟁을) 약 절반가량을 마쳤다”며 “(라파 공격만이) 우리를 파괴하려는 하마스 괴물들을 무찌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방향과 목적에 우려가 많은 자국민들에 전쟁 강행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홍주형·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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