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의 건을 상정해 심의한다. 당초 올해 1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이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지난해 대구은행에서 발생한 불법 계좌 개설 사고에 대한 제재 결정이 늦어지며 인가도 뒤로 밀렸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후 영업망을 전국으로 넓히기 위해 주요 도 단위로 거점 점포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 점포(지점 및 출장소) 수는 199곳으로, 이 중 61%(122곳)가 대구에 몰려 있다. 나머지 점포는 경북(59곳), 부산 (5곳), 경기(4곳), 서울·경남(3곳), 인천·울산·대전(1곳)에 위치한다. 대구은행은 현재 점포가 없는 전라도, 강원도, 충청도 등에 거점 점포를 우선 설치할 예정이다.
거점 점포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수신 창구가 아닌 후선 업무가 이뤄지는 오피스다. 이 점포에는 1인 지점장과 PRM이 상주한다. 1인 지점장은 홀로 뛰는 ‘영업맨’이다. 지점 관리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만 맡는다. 대구은행은 조만간 내부 공모를 통해 1인 지점장 신청을 받고 거점 점포에 배치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또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PRM으로 채용해 마찬가지로 기업 영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1인 지점장과 PRM을 주축으로 기업 영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역 고객 밀착형 영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했다.
개인 고객 유치는 비대면으로 승부를 건다. 대구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비대면 영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점포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미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의 80% 이상은 비대면으로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적립식 신규 예금 중 비대면 가입 비중은 평균 82%다. 고객 10명 중 7~8명이 은행 창구를 들르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은행은 자사 모바일 뱅킹 앱 ‘아이엠(iM)뱅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앱을 고도화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해 신규 유입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분기 기준 iM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1만명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과 신한은행 ‘쏠(SOL)’은 MAU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기업금융 경쟁력과 인터넷은행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을 결합한 ‘뉴 하이브리드 뱅크’ 전략이 통할지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1인 지점장, PRM 제도 모두 이미 대구은행이 시행해오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 기업대출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모바일 뱅킹 경쟁 속에서도 어떻게 입지를 다질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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